"주말이면 빈대떡에 막걸리 한 잔 걸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코로나로 매출이 30%도 안 나와요"
28일 오후 찾은 서울 광장시장은 한산하기만 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방문객이 감소하다, 지난 24일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시장을 찾는 이들이 부쩍 줄었다. 빈대떡 골목에서 몇몇 손님들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지만, 과일·건어물·반찬·생활 용품 가게 등은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빈대떡을 판매하는 박모(61)씨는 "평소 줄 서서 빈대떡에 막걸리 한 잔을 마시곤 했는데, 코로나 이후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줄었다"고 말했다.
육회·마약김밥·떡볶이 등을 먹으러 온 손님들로 북적이던 광장시장이었지만, 이날은 많아야 한 점포 당 2~3명 남짓의 손님이 있을 뿐이었다. 아예 손님이 없는 곳도 있었다. 방송에 맛집으로 여러 차례 소개된 한 강정 가게 주인은 빈 골목에서 연신 "무료 시식하세요"라고 외쳤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이 없었다.
상인 임모(59)씨는 "마약김밥이나 곱창, 닭발, 순대를 찾는 젊은이가 많이 왔는데 지금은 하나도 없다"면서 "연말인데 이 정도면 장사가 안 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찾은 명동 거리도 적막했다. 50% 세일을 하는 한 화장품 가게엔 선크림을 찾는 남성 1명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마저도 구경만 하고 나갔다. 직원 2명은 계산대에 소독제를 뿌리거나 걸레질을 하며 오지않는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가게 매니저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중국인들이 마스크팩을 수십장씩 쓸어갔는데, 지금은 매출이 반 토막도 안 나온다"고 했다. 토니모리, 이니스프리 등 화장품 가게는 폐업했다.
꿀벌 캐릭터와 노란색 점포로 중국인들의 관광 명소로 꼽히던 허니버터아몬드 플래그십스토어도 휴업 상태다. 관광객으로 북적였던 가게 앞에는 ‘임대 문의’ 문구가 붙었다. 스웨덴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H&M 1호점도 최근 문을 닫았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짝퉁 가방을 팔던 가게는 KF94 마스크를 판매하는 가게로 변신했다. 가게 주인 이모(38)씨는 "장사는 안 되고 돈은 벌어야 하니까 가방 대신 KF94 마스크를 한 박스 만원씩 팔기 시작했다"고 했다.
개인 카페도 사정은 비슷했다. 앤틱 카페를 운영하는 윤모(42)씨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테이크아웃 위주로 판매하다보니 매출이 20~30% 수준으로 줄었다"며 "크리스마스 시즌에 연인·친구와 함께 오는 사람들로 가득찼는데 지금은 한적하다"고 했다.
중국인·일본인들이 환전하거나 상품권을 교환하는 환전소도 썰렁했다. 환전소를 운영하는 박모(45)씨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받아 먹고 살았는데 코로나로 명동 거리에 사람들 씨가 말랐다"며 "사실상 돈 벌이가 전혀 안 되는 수준"이라고 했다.
강남대로 상권도 마찬가지였다. 17년째 강남역 인근에서 떡볶이 노점상을 하는 문모(47)씨는 "이렇게 장사가 안 된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강남역 상권은 술집이 대부분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젯밤에도 거리 불이 꺼지고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다"며 "매출이 0원이나 마찬가지라 속상해 죽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8일 0시 기준 사흘째 500명대를 넘는 504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올렸다. 서울시는 사실상 3단계에 준하는 '긴급 멈춤' 기간을 선포하고 밤 10시 이후 대중교통 운행을 줄이고,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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