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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파이낸셜 상장 중단시킨 시진핑의 딜레마... 네이버 규제리스크 부각 - 조선비즈

입력 2020.11.29 14:00

세계 최대 IPO 이틀전 전격 중단 파장
소외계층 포용 혁신과 금융 안정간 균형 고심
마윈 글로벌체제 추구, 당 지배체제 흔들까 우려
핀테크 당국간 파열음 한국도 자유롭지 않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증권시보는 지난 28일 소비대출 연체를 경고한다는 기사에서 "앤트파이낸셜의 상장 중단이 모든 국민들에게 제베이(借呗)와 화베이(花呗)의 부정적인 영향을 되돌아보게한다"고 보도했다. 갚을 능력을 뛰어넘을정도로 돈을 빌려 소비하는 행위를 자제해야한다는 것이다. 제베이와 화베이는 앤트파이낸셜의 인터넷 소액대출 상품이다.

기업공개(IPO) 규모가 350억달러로 세계 증시 역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추정된 앤트파이낸셜의 홍콩과 상하이 증시 동시 상장 절차가 급작스레 중단된 지 한달이 되가는데도 파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창업한지 20년만에 연간 매출 80조원이 넘는 알리바바(阿里巴巴)를 키운 마윈(馬雲)이 만든 앤트파이낸셜은 예정대로 이달 5일 상장했다면 시총이 2조위안(약 336조원)으로 중국 최대 은행인 국유 공상은행(1조 8000억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공상은행은 810만개 기업과 6억 5000만명을 고객으로 둔 거대 은행이지만 10억명이 넘는 알리페이 사용자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 머니마켓펀드(MMF)를 운용하는 앤트파이낸셜에 미래 가치에서 밀린 것이다.

앤트파이낸셜 공모주에 투자하기 위해 몰린 자금만 2조 8000억달러(약 3094조원)였다. 지난해 세계 6위를 기록한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2조 7435억달러)을 뛰어넘는 전세계 자본들이 주목한 세계 최대 핀테크 기업의 상장을 이틀 앞두고 중국 당국이 제동을 건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지도부의 의중은 무엇일까. 그 배경을 쫓다보면 시진핑 지도부가 안고 있는 딜레마를 만나게 된다. 앤트파이낸셜의 상장 중단 배경엔 핀테크 감독 강화로 금융위기를 차단하겠다는 경제적인 이유와 함께 한 국가의 통제를 넘어설 글로벌 경제체를 구축하려는 마윈의 행보를 견제한다는 정치적인 복선도 깔려있다는 지적이 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앤트파이낸셜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다. /알리바바
지난달 24일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과 리창(李强) 상하이당서기, 이강易綱) 인민은행 총재, 저우자이(邹加怡) 재정부 부부장(차관)등 중국 지도부가 온라인 또는 현장에서 참여한 상하이와이탄 금융포럼에서 규제당국을 공격한 마윈의 발언이 괘씸죄를 불러왔다는 보도는 금융혁신과 감독간 균형을 찾는 과정의 파열음으로 보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시진핑 딜레마의 일면이 한국에서 금융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가 직면한 규제리스크를 부각시킨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세계 최대 IPO 중단을 사회주의 국가 중국, 그들만의 이야기로 치부하기 힘든 이유다.

♦️핀테크 금융위기 불씨 키워선 안돼

앤트파이낸셜 상장 중단에 대한 당국의 공식설명은 감독체계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장 중단조치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이달 2일 중국 당국이 발표한 인터넷소액대출 관련 지침에 답이 있다.

중국 언론들은 ‘인터넷소액대출 업무 관리 방법’이란 이 지침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앤트파이낸셜은 1000억위안의 자금을 수혈해야하고, 화베이나 제베이중 하나를 없애야하고, 소비대출 한도도 막혀 영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대출을 자산으로 증권을 만들어 팔아서 자금을 융통해온 앤트파이낸셜의 레버리지 확대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윈은 와이탄금융포럼에서 "오늘날 이건 안된다는 문건이 너무 많다" "늘 새로운 문건을 만든다"고 당국을 질타했지만 당국은 열흘도 안돼 새로운 문건으로 앤트파이낸셜의 사업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이번 와이탄금융포럼의 주제는 ‘위기와 기회: 새로운 국면하의 신금융과 신경제’였다. 마윈은 기회에 중점을 뒀지만, 지도부는 위기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중국 금융은 투기와 도박의 길, 금융거품이 자기순환하는 길, 폰지사기로 이어지는 길을 갈수 없다."(왕치산 국가부주석)
(앤트파이낸셜에서 빚을 낸 젊은층이 증시에 투자한다는 지적이 많았고, 이번 인터넷소액대출 지침은 부동산과 주식 투자 등을 금지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대출자산을 증권화해 자금을 융통하는 행위는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과도한 레버리지로 지적돼왔고, 이번 지침을 통해 순자산(자산-부채)의 4배 한도로 제한하기로 했다.)

"젊은세대의 저축률이 뚜렷히 떨어지고 있다. 돈을 빌려 과도하게 소비하는 일부층이 우리를 걱정하게 만든다." (저우샤오촨 전 인민은행 총재)
(앤트파이낸셜의 인터넷 소액대출에서 개인소비대출은 1조7320억위안으로 비중이 80%에 달한다. )

"각종 방화벽을 잘 세워 중대한 리스크를 예방하고 해소하는 능력을 키워야한다. 감독능력과 개방수준이 잘 맞도록 해야한다." (이강 인민은행 총재)

"핀테크가 과도하게 금융소비를 하도록 하는 막고, 불법으로 제도 차익을 노리는 수단이 되는 것을 막고, 승자가 독식하는 독점이 되는 것을 막아야한다."(저우자이 재정부 부부장)

중국 당국이 핀테크를 보는 시각이 어떻튼 상장 이틀전 IPO 중단은 중국의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사업환경을 부각시켰다는 지적이다.

♦️국경없는 경제체 추구 마윈에 마지노선 제시

중국에서는 ‘사람과 돼지는 튀면 먼저 죽는다’고 한다. 높이 올라갈수록 낮은 포복을 하는 게 일상인 중국에서 마윈의 과감한 행보는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마윈의 와이탄포럼 발언 하루 뒤 중국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는 마윈의 발언이 심상치 않다는 글을 쏟아냈다. 원고 없이 연설하던 마윈이 이날은 원고를 준비한 모습을 보여주며 오래 준비한, 작심하고 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곁들였다. 실제 마윈은 이날 강연 초입부에서 "성숙하지 않고 틀릴 수도 있다.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말이 안된다고 생각되면 그냥 잊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윈이 고위 당국자들이 참석한 포럼에서 쓴 소리를 한 건 처음이 아니다. 앤트파이낸셜의 상장 중단은 단순한 괘씸죄를 넘어 당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지도부의 방향과 충돌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당의 영도(領導·앞장서서 이끎)를 국정운영의 철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당정군민학, 동서남북중,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黨政軍民學, 東西南北中, 黨是領導一切的)"는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구호를 부활시킬 정도다.

하지만 마윈은 한 국가의 통제를 벗어난 경제체를 꿈꿔왔다. 2016년 11월 중국 관영 CCTV와 인터뷰에 그의 꿈이 녹아있다.

"진정한 하나의 경제체가 되기를 원한다. 캘리포니아나 창장삼각주 같이 지리적으로 존재하는 경제체는 있었지만 국경과 시공 그리고 경계를 초월하는 경제체는 탄생한 적이 없다. 경제체 안에는 수억의 소비자와 대량의 금융과 자본 그리고 자원이 모두 있어 복잡한 체계를 갖출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무수한 젊은이들과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경제체한의 기술과 자원 그리고 인프라 및 사회관계 등을 이용해 전세계를 상대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알리바바에 부족한 건 엔지니어나 고객 전문가가 아니고 경제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미래학자다."

마윈은 와이탄 금융포럼에서 서방과 다른 길을 간다는 시진핑 지도부의 마음을 파고들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의 것이 반드시 선진적이거나 중국에 없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서구가 정답이던 시대가 지났다"는 그의 얘기는 중국 지도부가 늘 외치던 구호와 다르지 않다. 마윈의 얘기는 바젤협약 같은 서구의 금융건전성 규제를 중국에 무작정 도입하면 안된다는 논리로 이어졌지만 서구와 다른 길을 가겠다고 하면서도 금융에서는 서구가 만든 기준을 따르는 시진핑 지도부의 딜레마를 부각시켰다.

마윈은 앤트파이낸셜 상장과 관련해 예전부터 "미래의 금융발전과 혁신발전을 지지하지 않는 지역에서는 상장을 검토할 수 없다"고 단언해왔다. 이번에 상장중단된 앤트파이낸셜이 홍콩과 중국을 버리고 미국 월가로 상장 지역을 옮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 혁신과 규제당국간 파열음 남 얘기 아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알리페이로 결제하고 있다./알리바바
앤트파이낸셜은 중국 금융혁신의 상징으로 인식돼왔다. 온라인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는 중국 지도부가 띄우는 중국 신 4대발명의 하나로 꼽혀왔다. 알리페이 급성장의 배경인 QR코드 결제 방식은 인민은행의 묵인이라는 정부의 협력도 있었다.

2011년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시작하자 중국 은행들의 반대에 인민은행도 2014년 3월 형식적으로 금지 문서를 냈지만 이를 집행하지는 않았다. 그사이 QR코드 결제는 공유자전거 같은 새로운 공유경제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됐고, 2016년 8월 인민은행은 합법적인 수단으로 인정했고, 중국 은행들도 이를 벤치마킹하는 게 대세가 됐다.

하지만 앤트파이낸셜이 결제를 넘어 대출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당국의 용인 수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앤트파이낸셜의 혁신은 금융소외계층을 한단계 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모든 걸인도 신용이 있다"는 마윈은 전당포와 달리 담보를 잡지 않고도 빅데이터 기반의 신용체계로 이들에게도 자금을 빌려줄 수 있다고 했다. 금융 소외계층을 줄이는 건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우샤오치우 인민대 교수는 핀테크의 가장 핵심은 금융 소외계층을 끌어안은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 금융사에서 혁신천재로 꼽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창업자 아마데오 피터 지아니니(1870~1949) 역시 대기업에서 일반 가게 자영업자로 은행 진입 문턱을 낮춰 금융 소외계층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즈니 영화 백설공주의 필름을 담보잡고 자금을 대준 그의 행보는 이후 담보와 저당이 만든 금융혁신의 출발점이 됐다. 마윈은 이제 그 시절은 지나고 빅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혁신체계로 신금융을 만들어야한다고 설파한다.

금융혁신 주체와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당국간 파열음 중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카카오뱅크와 네이버파이낸셜 역시 우리 금융당국의 중점 관리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금융권과의 불공정 경쟁이 논란이 되기도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경쟁을 위해서는 지점을 줄이는 효율 경영을 해야하는데, 당국은 인터넷에 익숙치 않은 정보화 소외계층을 위해 지점 폐쇄를 제한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핀테크 기업과의 불공정 경쟁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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