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윤모 씨(42)는 지난 27일 집주인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집주인이 종부세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월세를 올리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윤 씨는 "집 한 채 없는 내가 왜 종부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처럼 대폭 상승한 공시가격이 반영된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지난 23일 고지되자 종부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겠다는 다주택자들이 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월세를 올리면 종부세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종부세 부과 대상은 74만4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4만9000명(25%) 늘고, 고지세액은 1조8148억원으로 작년보다 5450억원(42.9%) 뛰었는데 월세를 올리면 이러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종부세 부담으로 전·월세 값을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화하겠다는 글이 즐비하게 이어지고 있다.
다주택자 이모 씨(47)도 "종부세가 오르면 집을 파는 게 아니라 전세가 없어질 것"이라며 "다주택자들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 임차인에게 종부세 부담을 전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세금 상승의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수백만원짜리 월세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송파구 잠실 엘스(전용면적 84㎡)에서는 최근 보증금 2억원에 월세 330만원, 보증금 5억원에 월세 250만원짜리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 아파트의 월세 매물은 불과 10개월 전만 해도 `보증금 5억원·월세 160만원`에 거래됐다.
강북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전용 84㎡)에서도 `보증금 2억원·월세 290만원` 매물이 나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새롭게 종부세를 내야 하는 사람이 늘어서 불만이 많다"며 "연금 생활자나 마땅한 소득이 없는 경우엔 종부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윤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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