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이 기업명운 가른다
2020 한경-입소스-피앰아이
기업 소셜임팩트 조사
컵라면 바닥에 ‘코로나 응원’ 문구 넣은 오뚜기.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7월, 10월 두 차례에 걸쳐 남녀 1만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형태로 ‘2020 한경-입소스-피앰아이 기업 소셜임팩트 조사(CSIS)’를 시행했다. 그 결과 50개 업종에서 브랜드별 사회적 평판의 명암이 여실히 드러났다. 소셜임팩트는 소비자가 기업의 사회적 평판을 가늠하는 지표로,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지수와 함께 가장 중요한 기업 평가 잣대로 꼽힌다.
현대자동차(내연·친환경 자동차 부문)와 SK텔레콤(5세대 이동통신) 삼성페이(모바일 결제) 삼성생명(생명보험) 호텔신라(럭셔리 호텔) 신세계(백화점) 배달의민족(배달앱) 스타벅스(커피 전문점) 참이슬(소주) 제주 삼다수(생수) 하나투어(여행) 유한양행(제약) 등이 시장을 리드하며 좋은 평판(소셜임팩트)을 유지하는 기업군으로 분류됐다.
농심과 오뚜기처럼 시장 1위(농심)와 소셜임팩트 1위(오뚜기)가 갈린 업종도 있다. 어느 기업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절반(46.7%)이 오뚜기를 선택했다. ‘갓뚜기’가 신라면을 역전할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근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올해 3000억원을 투자하고, 1만5000여 명을 신규 채용한 쿠팡이 거래액 기준으로 시장 1위인 네이버를 소셜임팩트 조사에서 제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형가전 분야 2년 연속 1위 차지한 LG전자.
한국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략 정해져 있다. 10명 중 9명은 ‘삼성’ 혹은 ‘LG’라고 답한다. 그만큼 두 브랜드가 국내 가전시장을 꽉 잡고 있다. 1위 바뀜도 치열하다. 누가 올해 신제품을 내놓았느냐에 따라, 누가 마케팅 비용을 더 많이 썼느냐에 따라 순위가 바뀐다.
‘사회적 평판’을 묻는 소셜임팩트 조사 결과는 이런 삼성과 LG 간 박빙의 경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를 가늠할 단초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LG전자는 작년 첫 조사에 이어 올해도 삼성전자를 제치고 대형가전과 환경가전, TV분야 소셜임팩트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정 그룹장은 “삼성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막연한 충성심을 갖고 있는 이들로 과거 전통적인 마케팅의 결과물”이라며 “이에 비해 LG는 이것저것 써보면서 실험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과의 ‘세심한 소통’에서도 오뚜기가 농심을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입소스 관계자는 “오뚜기는 함영준 회장이 2016년 상속세 1500억원을 전액 납부한 사실이 알려지고 직원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고용하면서 착한 기업이라는 입소문이 퍼졌다”며 “3세인 함연지 씨도 유튜브를 통해 소비자들과 적극 소통하고 있는 것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장 늘리기보다 가맹점주 더 챙기는 교촌치킨.
화장품 부문에선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헤라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는 3위 안에 들지 못했다. 두 회사는 뷰티업계의 맞수다. 실적에선 LG생활건강이 앞서고 있다.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 9646억원을 기록했다. 62분기 연속 성장세(영업익 기준)를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같은 기간 152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여전히 사회적 평판 측면에서 앞서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실적에서도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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