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과 대등한 기술력…2위 대만 미디어텍 '위협'
파운드리는 역대 최대실적…'시스템반도체 1위' 탄력
1997년 초 이건희 삼성 회장이 당시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로 꼽히는 진대제 삼성전자 부사장을 불러 비메모리반도체 사업(시스템LSI사업부)을 맡겼다. ‘메모리만 1등’이란 반쪽짜리 대신 ‘완전한 타이틀’을 갖기 위해서였다. 이후 20년간 이어진 꾸준한 투자 덕분에 최근 시스템LSI사업부는 샤오미 등 외국 스마트폰 업체에 이동통신 핵심 반도체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올라갔다.
현재 시스템LSI사업부의 주요 고객사는 갤럭시 폰을 판매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세계 6위 스마트폰 업체인 중국 비보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샤오미와 오포의 중저가 스마트폰 일부 모델에 AP를 납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퀄컴이 주로 납품하는 프리미엄 AP와 관련해서는 삼성전자가 기술력을 인정받은 뒤 납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엑시노스의 샤오미·오포 납품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외부 고객사 확대 전략 일환으로 평가된다. 엑시노스 AP는 2010년대 중반까진 주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만 사용됐다. 퀄컴 칩을 함께 썼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엑시노스를 퀄컴과의 가격 협상 때 지렛대로 삼는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
올초 프리미엄 AP 엑시노스 990이 갤럭시S20 국내 모델에서 빠지는 등 ‘굴욕’도 있었다. 하지만 출시 예정인 AP들은 반도체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사양이 공개된 중상급 AP 엑시노스 1080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초미세공정에서 생산하는 1080 AP는 비보의 5G 스마트폰과 갤럭시 A시리즈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1080 AP 성능이 퀄컴의 주력 AP인 ‘스냅드래곤 865’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내년 초에는 프리미엄 AP 엑시노스 2100이 출시된다.
샤오미 납품을 계기로 세계 AP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이 ‘확실한 3위’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샤오미, 오포 등에 주로 납품하는 세계 1위 AP 업체 퀄컴과 2위 미디어텍의 점유율을 일부 빼앗아 올 수 있어서다. 지난 2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퀄컴(29%) 미디어텍(26%) 하이실리콘(16%)에 이어 애플과 공동 4위(13%)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이 더욱 탄력받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당시 이 부회장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까지 분전하면서 올해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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