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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페이팔 선언, CeFi와 DeFi를 잇다 - 중앙일보

[출처: 셔터스톡]

 

[김문수’s Token Biz] 2020년 10월 21일, 세계 최대의 결제 업체인 페이팔(PayPal)이 비트코인을 연동한다고 선언했습니다. 2008년 10월 31일, 비트코인 백서가 공개된 후 12년 만의 대형 사건입니다. 구글 학술 검색 결과에 의하면 지난 12년 동안 비트코인 백서는 각종 도서와 논문에 1만2000여회 이상 인용돼 왔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높은 가격 변동성과 느린 처리 속도로 인해 화폐의 3대 기능 중에서 ‘교환의 매개’ 기능과 ‘가치의 척도’ 기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가치의 저장’의 관점에서만 제한적으로 작동한다고 이름 붙여진 ‘디지털 금’이라는 호칭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제 비트코인은 세계 최대의 결제 플랫폼 페이팔과의 결합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비트코인과 페이팔의 결합이라기보다, 가만히 있는 비트코인을 향한 페이팔의 접근이 바뀐 것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흔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탈중앙화된 상태로 혼자 가만히 있던 비트코인에 페이팔이 스스로 다가감으로써, CeFi(Centralized Finance, 중앙화된 전통 금융) 진영과 DeFi(Decentralized Finance, 탈중앙화된 금융) 진영은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1. 페이팔의 발전 역사와 영향력: 피터 틸, 일론 머스크와 이베이페이팔의 비트코인 연동의 파급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페이팔의 발전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98년에 설립된 페이팔의 공동창업자는 피터 틸(Peter Thiel)이고,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페이팔을 2000년에 인수해서 2002년에 주식시장에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이베이(eBay)는 페이팔이 상장하자마자 일론 머스크로부터 15억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이후 오랫동안 페이팔을 품고 경영해 오던 이베이는 페이팔의 자율성과 역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페이팔을 2015년에 독립된 회사로 분사시켰습니다. 아마도 2014년에 애플이 애플페이(Apple Pay)를 공개하며 시장을 위협한 것과 스트라이프(Stripe)와 같은 결제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팔은 이베이의 그늘을 벗어나 스스로 독립한 후 해외 송금 업체 등 잠재적인 경쟁 업체를 인수하고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하며 성장을 지속했고, 마침내 3억5000만명이 이메일 주소만으로 송금과 결제를 주고 받는 시가총액 2000억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의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 비트코인: 투자의 시대에서 모으는 시대로

이러한 페이팔과 비트코인이 연결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요? 우선 결제 플랫폼 페이팔과의 결합으로 비트코인 가치 교환 기능이 작동하게 돼 비트코인의 활용과 유통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쉽게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도 누구나 손쉽게 비트코인을 모으고 적립할 수 있는 시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지금까지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매매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투자한다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전 세계 3억5000만명 이상이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페이팔에 비트코인이 연결되면 많은 사람들이 보다 손쉽게 비트코인을 모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복잡한 신원인증절차(KYC, Know your customer)를 거치지 않더라도 페이팔을 통해 손쉽게 비트코인을 구입할 수 있고, 인터넷 쇼핑몰 사업자들 또한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고 비트코인을 대가로 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3. 비트코인을 향한 경쟁: 디지털 금융산업과의 연동 확대

경쟁의 상태에서 한 기업의 선택은 다른 기업의 전략 구상에 영향을 미칩니다. 페이팔의 경쟁자는 알리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입니다. 이미 페이팔이 비트코인을 연동한다는 발표 직후 중국에서는 비트코인의 검색어가 바이두의 인기 검색어에 올랐습니다. 페이팔이 비트코인 연동을 통해 디지털 세대의 디지털 자산을 흡수하기 시작하면 페이팔의 경쟁자인 알리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도 비트코인 연동을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되면 카카오뱅크, 네이버통장 등 디지털 신생 금융 기업들에게 고객을 빼앗기고 있는 전통 은행들은 어쩔 수 없이 비트코인과의 자발적 양해각서(MOU) 체결을 선언해야 하는 고민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4. 비트코인과 CBDC와의 만남: 디지털 기축통화의 주인공은?페이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의 디지털 금융 플랫폼은 각 국가들이 준비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의 중요한 유통 채널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금융 플랫폼들이 비트코인을 연결하고, 나아가 디지털 화폐(CBDC)를 연결하면 결국 비트코인과 디지털 화폐(CBDC)는 서로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각 국가들의 법정 화폐들의 가치를 비트코인을 중심에 두고 상대적 환율을 계산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까지 화폐 권력의 상징은 기축통화로 표현되어 왔습니다. 아날로그 금융 시대에서 기축통화는 특정국의 통화로 금을 대신하는 인위적 선택이었는데, 디지털 금융 시대가 다가올수록 무언(無言)의 비트코인 앞에서 각 국의 디지털 화폐(CBDC)들은 누가 진정한 기축통화인지에 관한 불편한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 화폐(CBDC)가 기술적으로 중앙은행과 일부 기관들만 정산, 검열에 참여하는 제한적 공유 원장(Private Blockchain)의 방식을 택하게 되면, 전 지구적으로 퍼져 있는 완전 공유 원장(Public Blockchain) 앞에서 디지털 화폐(CBDC)는 부분 집합이 될 것입니다. 부분의 최적해(最適解)는 전체의 최적해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5. 페이팔 선언: CeFi와 DeFi의 연결 시대의 개막결국, 페이팔 선언은 단지 개별 기업의 이벤트가 아니라 CeFi와 DeFi를 연결하는 출발점입니다. 페이팔의 직접적인 영향력은 페이팔 회원 3억5000만 명을 대상으로 하지만, 페이팔의 간접적인 영향력은 페이팔이 경쟁하고 있는 디지털 신생 금융 기업 및 페이팔이 협력하고 있는 전통 금융 기업 네트워크를 통해 금융 산업 전체에 닿아 있습니다. 페이팔을 시작으로 비트코인이 더욱 확산되면 전 세계 국가들은 DeFi에 대해 그동안 범죄 예방의 차원에서 규제를 설계해 온 패러다임을 넘어, DeFi를 활용한 CeFi의 전략을 기획해야 하는 패러다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CeFi와 DeFi의 연결이 이어질수록 많은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비트코인의 가격에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것을 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탈중앙화라는 이상을 위해 본인의 신원마저 감추고 지난 12년간 침묵을 지켜온 보이지 않는 사토시 나카모토는 지금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요?김문수 aSSIST 경영대학원 부총장 및 ABC MBA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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