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에너지·원자재가격 급등에 따른 불가항력적 상황이라고 위안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입 급증 못지않게 수출 둔화가 급속하게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6월 수출 증가율은 5.4%로 16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6월 증가율(39.7%)에서 7분의 1 토막 난 수출 증가율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자 보루인 수출에 울린 비상경고등이다. 하반기 수출은 더 큰 난관이 예상된다. 12대 주력 업종의 하반기 수출 증가율은 0.5%에 불과할 것이란 보고서(전경련)까지 나왔다. 전기·전자(-3.8%) 철강(-2.9%) 석유화학·석유제품(-1.1%) 등 주력 산업 수출의 동반 추락이 우려된다.
수출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고 깊은 침체로 치닫는 점이 심각성을 더한다. 미국 경제는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하다. 5.5%를 목표로 잡고 있는 중국의 성장률도 3%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독일의 성장률 전망치도 3.5%에서 최근 1.5%까지 대폭 하향됐다. 글로벌 위기의 약한 고리인 신흥국은 더하다. 디폴트에 빠졌거나 디폴트 우려가 있는 나라가 벌써 파키스탄 스리랑카 레바논 등 17개국에 달한다.
스페인 그리스 등에서도 금리가 치솟으며 남유럽 재정위기 재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의 연간 단위 무역적자가 현실이 된다면 한국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팬데믹을 빙자한 ‘국고 퍼주기’로 대규모 재정수지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무역적자까지 가세한다면 우리의 대외 신인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원화 가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깊고 주식시장에서 ‘셀 코리아’가 확산 중인 점도 걱정스럽다.
정부도 “경제전쟁의 대장정”(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미증유의 퍼펙트 스톰”(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라며 잇따라 경고음을 발신 중이다. 하지만 말이 앞설 뿐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경기 침체가 오면 원자재 값이 내려 자연스레 균형을 찾아간다는 안이함에 빠져 있지 않은지 우려스럽다. 사상 최대 무역수지 적자를 계기로 필요하다면 24시간 대응 체제를 위한 ‘워룸’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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