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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달 탐사로봇` 만든다…`화성인` 머스크와 정의선, `스타워즈` 개막 [세상만車] - 매일경제

[세상만車] "머스크, 우주는 네 전유물이 아냐."

민간 우주기업인 스페이스엑스 및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와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이 지구를 넘어 우주에서도 경쟁한다.

전기차 시대를 활짝 꽃피운 머스크에 맞서 처음엔 정 회장이 도전했다. 후발주자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등을 앞세워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머스크는 승자의 여유를 보이면서도 견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현대차가 지난 1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는 지난달 18일 언론 보도에 머스크는 "현대차가 꽤 잘하고 있다(Hyundai is doing pretty well)"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테슬라, 로봇 분야서도 경쟁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정 회장이 통 큰 투자로 앞서나갔다. 회장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 분야로 로보틱스를 선택했다.

2020년 12월 세계적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하고, 지난해 6월 1조원을 들여 M&A를 완료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올해 서비스 로봇인 스팟(Spot)의 본격적인 상용화에 이어 물류 로봇인 스트레치(Stretch)를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8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연 '인공지능(AI) 데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봇'을 공개하고 로봇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머스크는 "테슬라는 세계 최대의 로보틱스 회사"라면서 "일정 수준의 자각이 있는 로봇이 바퀴를 단 것이 테슬라 차량이고 테슬라봇은 이러한 차를 인간의 형태로 변화시킨 것이라 보면 된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1년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 '테슬라봇' 실물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도심 항공' 발판 삼아 우주 진출

우주를 놓고서는 정 회장이 다시 도전자가 됐다. 테슬라를 화성 탐사 디딤돌로 여기며 우주 개척 시대를 열고 있는 '화성인(괴짜)' 머스크를 겨냥해 정 회장이 우주전쟁을 선포했다.

정 회장의 우주전쟁은 3년 전 예고됐다. 정 회장은 2019년 새해 메시지에서 '게임체인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같은 해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항공교통(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향한 구체적 목표를 발표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5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에 8조9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Advanced Air Mobility),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등의 분야를 주도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 중 30%는 미래 도심 항공 모빌리티가 담당한다. 여기에서 우주전쟁의 기운이 싹텄다.

'항공우주'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항공과 우주는 떼놓을 수 없다. UAM 시대 리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정 회장의 눈은 이미 우주에 있었던 셈이다.

미래 사업의 20%를 책임질 로봇도 우주 개척에 빼놓을 수 없다. 인간보다 먼저, 또는 인간과 함께 우주 탐사에 나서기 위해서는 로봇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로봇에는 자율주행 기술도 적용된다. 테슬라가 '테슬라봇' 개발에 적극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변신로봇' 타이거, 달 탐사 영상 공개

정 회장은 지난해 2월 현대차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우주를 향한 욕심을 내비쳤다. 지구는 물론 달이나 화성에서도 탐사·수송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변신 로봇을 통해서다.

현대차그룹 산하 미래 모빌리티 담당 조직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는 변신 지능형 지상 이동 로봇 '타이거(Transforming Intelligent Ground Excursion Robot, TIGER)'의 콘셉트 모델 'X-1' 이미지와 영상을 공개했다.

타이거는 2019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현대차그룹이 처음 공개했던 걸어다니는 모빌리티 '엘리베이트(Elevate)'와 유사한 모듈형 플랫폼 구조를 채택했다. 엘리베이트는 유인, 타이거는 무인이다.

무인 로봇이어서 크기도 작다. 타이거는 길이 80㎝, 폭 40㎝, 무게 12㎏에 4개의 다리와 바퀴가 달린 지능형 소형 무인 모빌리티다.

차체는 △다양한 센서를 활용한 과학 탐사 및 연구 △응급 구조 때 긴급 보급품 수송 △오지로의 상품 배송 등 일반 차량이 수행하기 어려운 다목적 임무 수행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타이거는 전후좌우 쉽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대칭적 구조를 갖췄다. 장애물이 있거나 바퀴를 이용해 지나기 힘든 지형을 통과해야 할 때는 로봇 다리를 사용한다. 평탄한 지형에서는 4륜구동 차량으로 변신한다.

차체 내부에는 별도의 화물 적재실을 갖췄다. 로봇 다리로 상시 수평을 유지할 수 있어 험로와 극지 등 노면의 상태가 불규칙한 공간에서도 물품을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다.

유튜브 영상에서는 UAM과 결합해 바퀴로는 갈 수 없는 곳까지 신속하게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UAM이 날개 역할을 한다.

타이거는 달이나 화성 등 행성에서 탐사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영상에서도 타이거가 달로 추정되는 곳을 탐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지난 1월에는 '2022 CES'에서 스마트 모빌리티에 탑승한 사용자가 우주에 있는 로봇 개 '스팟'의 경험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우주 진출 뜻을 다시 한번 내비쳤다.

항공우주 역량 갖춘 정출연과 공동연구

마침내 현대차그룹은 지난 27일 로보틱스 비전 실현을 위해 달표면 탐사 모빌리티 개발에 뛰어든다고 선언했다.

정의선 회장이 전기차, 자율주행, 로봇에서 경쟁하는 머스크에 우주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달 표면 탐사 모빌리티 개발을 위해 항공·우주 역량을 보유한 국내 6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하 정출연)과 공동연구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출연은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자동차연구원 6곳이다.

협의체는 앞으로 달 탐사 모빌리티에 요구되는 기술을 개발한다. 모빌리티를 달에서 운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는 로봇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로보틱스랩,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설계 분야, 우주 환경 대응 분야, 탐사 임무 수행을 위한 특수장비 분야 등 핵심 인력들로 협의체 조직을 구성했다.

달 표면은 지구와 달리 운석이나 혜성, 소행성과 충돌해 생긴 수백만 개의 크고 작은 분화구가 존재하며, 대기가 없어 우주의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된다.

영상 130도에서 영하 170도를 오가는 극한의 날씨와 미세하면서도 칼날처럼 날카로운 먼지 등 지구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도 장애 요소다.

협의체는 이런 극한 환경에서 운용이 가능한 모빌리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현재 보유한 기술의 내구성과 완성도를 혁신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차·기아 역시 이번 협약을 통한 연구개발 과정에서 모빌리티 비전을 지구 밖 영역에서 실현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모빌리티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미래 원천기술을 선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대차·기아가 고객들에게 제시했던 로보틱스와 메타모빌리티에 대한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라며 "우리나라가 우주 시대의 기술을 선도할 수 있도록 힘쓰고, 나아가 인류 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해 인류의 진보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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