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거지인 미국에서조차 과도하다는 자성론이 나오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우리 정부가 무리하게 도입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학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거액의 화해금을 노린 소송이 늘어나면서 기업과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고,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미국에서는 소송 남발 등 부작용이 커지면서 ‘소송 망국론’이 나왔고, 이에 여러 차례 제도 수정이 이뤄졌다.
집단소송제 전문가인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바람직한가'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정부가 마련한 법안은 초기 미국 집단소송제와 유사하게 설계됐는데, 미국에서는 막대한 배상액, 광범위한 소송자료 제출 문제, 주가·회사 이미지 추락 등 기업에 대한 부담과 남소(濫訴) 부작용이 심각했다"며 집단소송제 도입 대신 다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미국식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기보다 현행 민사소송법상 공동소송과 선정당사자제도를 개선해 다수 피해자를 구제하고, 소송에 의한 피해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도록 소비자기본법상 단체소송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미국에서도 집단소송이 징벌적 손해배상, 반기업 편견을 가진 배심제와 결합해 기업을 파산에 이르게 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며 "독일 등 유럽연합에서도 남소, 고비용·저효율의 소송구조, 미국 로펌의 법률시장 잠식 우려 등으로 인해 미국식 집단소송제가 아니라 참가신청(opt-in)방식의 단체소송을 선호한다"고 소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찬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도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미국에서도 입법으로 실손해액을 기준으로 일정 배수의 배상액을 부과하는 배액배상제를 도입할 경우 주로 2~3배 한도로 시행하고 있는데, 정부가 마련한 5배 한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과다하다"며 "최근에는 미국에서조차 지나치게 과도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미국 학계에서는 19세기부터 과도한 액수의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헌성 논의가 활발했고, 그 결과 일부 주(州)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입법예고된 두 법안의 취지가 피해자를 효율적으로 구제하는데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관련 소송이 제기될 경우 기업은 집단소송의 속성상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막대한 부담을 져야 할 뿐만 아니라 회복할 수 없는 경영성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미국, 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시행되는 이 제도의 도입은 중장기적으로 검토돼야 하고, 우리 경제와 소비자 문화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장한 이후 심도있는 연구와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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