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생산 기술이 다른 것도 '부담'으로 평가
월 8만장 인텔 다롄 공장 생산능력
인텔 SSD 기술력 감안할 때 "비싸지 않다"는 분석 많아
인텔과의 향후 협업 가능성에 대해선 경쟁업체들도 긴장
2016년 롭 크룩 인텔 메모리솔루션그룹 총괄 부사장이 중국 다롄의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에서 열린 생산개시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인텔 제공
SK하이닉스의 인텔 인수 효과. 한경DB
고려해야 할 건 있다. 인텔의 다롄 공장이 2010년에 본격 가동된 오래된 시설이란 점이다. 특히 인텔의 낸드 생산 방식이 '구식'이란 얘기가 나오는 '플로팅게이트'란 점에서 "SK하이닉스가 다롄 공장에 수조원을 추가로 투자해야할 것"이란 분석도 많다. SK하이닉스는 현재 플로팅게이트가 아닌 'CTF' 방식으로 3D 낸드를 생산 중이다.
SK하이닉스도 다롄 공장 추가 투자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플로팅게이트' 방식이 약점이 될 것이란 지적에 대해 SK하이닉스는 동의하지 않는다. 플로팅게이트 방식을 고수했던 인텔이 수차례 밝혔듯이 "공간 낭비 없이 밀도를 높일 수 있고 CTF보다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텔은 현재 최고 적층 단수로 불리는 '144단' 낸드 개발 때도 플로팅게이트 방식을 고수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플로팅게이트와 CTF로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플로팅게이트 방식의 한계가 있을수도 있겠지만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롄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반도체산업에서 시설·설비투자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의 기업용 SSD 점유율은 7.1%(2분기 기준)로 삼성전자(34.1%)에 한참 못 미친다. 낸드를 SSD로 개발하는 ‘솔루션’ 기술력이 약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보다 6년 정도 늦게 낸드플래시 사업에 진출했고 2008년 금융위기 때 감산과 투자 축소에 나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 인수는 SK하이닉스의 약점을 일거에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기업용 SSD에서의 인텔의 위상은 더욱 강력하다.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개발 과정에서 쌓은 솔루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업용 SSD 시장 세계 2위(29.6%)에 올라 있다. SK하이닉스(7.1%)와 합치면 삼성전자(34.1%)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선다.
주식 시장과 반도체 업계에서도 다롄 공장과 달리 인텔 '기업용 SSD' 가치에 대해선 인정하는 분위기다. 물론 SK하이닉스의 인수 과정에서 인텔의 핵심 인력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SK하이닉스의 큰 숙제다. 그렇다고 해도 회사에 축적된 특허와 노하우 등을 가져오는 것만으로도 SK하이닉스의 SSD 사업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해 7월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사태 때 일본으로 출국하는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CEO). 이 사장은 2000~2010년 미국 인텔 본사에서 근무하며 '최고의 기술 전문가' 평가를 받았다. 한경DB
결론적으로 SK하이닉스가 10조원을 쓴 것에 대해 "싸게 샀다"고는 말할 순 없다. 그렇다고 '바가지를 썼다'고 평가하기에도 이르다. 몇년 뒤 '훌륭한 딜(deal)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는 분석이 많다. 기업용 SSD 경쟁력 강화, 인텔과의 협업 확대,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2위로 상승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계약의 성패는 몇 년 뒤면 나타날 것이다. 모든 것은 SK하이닉스에 달렸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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