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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힐링의 시간`선언한 美바이든 외교노선…뉴욕증시 `최고의 시나리오`·OPEC `긴장` - 매일경제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전세계를 휩쓴 가운데 이뤄진 `미국 최대 정치 이벤트`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선언하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특히 바이든 후보의 대외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중국·이란 외교 노선에 따라 뉴욕증시 상장 주요 기업 주가와 국제 유가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저녁(현지시간) `단결된 미국`을 주문하며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바이든 후보는 "이제는 미국 치유의 시간"임을 소리높여 말했다. 전세계 지도자들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등의 축하 메시지가 이어진 가운데 시장에서는 중국 투자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내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선거 유세 때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향해 `깡패`(thug)라고 부르며 "신장위구르 지역 소수민족을 대량 학살한 중국을 벌하고 고립시킬 것"이라고 했지만 중국에 대한 압박이 무역·수출 제재 같은 경제 위협이 아니라 인권 등 포괄적인 가치 차원에서의 압박일 것이라는 점에서다.

바이든 후보는 기본적으로 중국에 대해 `전략적 경쟁`을 내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21세기 미·중 기술 경쟁 구도를 감안하면 미국이 중국의 기술 절도 등을 용인하지 못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트럼프 정부에 비해서는 예측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왔다. 지난 9월 29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과 첫 대선 TV토론회를 가지고 지지율을 높인 것을 계기로 뉴욕증시에서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시세가 빠르게 오른 바 있다. `중국 전기차 3형제` 니오·샤오펑·리오토 뿐 아니라 바이든 친환경·재생에너지 정책을 감안한 중국 태양광 패널 업체 징코솔라 등 중국 기술주가 최근 한 달 간 초강세를 보였다.

무역 마찰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 속에 중국 경제 회복세까지 감안한 중국 시장 낙관론도 눈에 띈다. 트럭 엔진을 판매하는 커민스의 마크 스미스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인터뷰에서 "올해 3분기(7~9월) 중국 매출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6%올라 글로벌 차원의 매출이 11%줄어든 것과 대비된다"면서 "중국 지역 정부가 내수 살리기 차원에서 인프라스트럭처 확충에 나서면서 최근 6개월 간 중장비 수요가 기록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지난 2018년 중국 약국 체인인 시노팜 홀딩 구오다 지분 40%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된 미국 드럭스토어 월그린도 중국 내 판매점을 3600곳에서 7500곳으로 늘린 후 최근 세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 경영진 설명이다. 코카콜라의 존 머피 CFO도 "올해 3분기 매출이 작년보다 9%줄었지만 중국에서는 판매가 늘어났다"면서 "중국 내구재 수요보다 소비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친 바 있다. 뉴욕증시 상장 기업 중 나이키와 스타벅스 등 중국 매출 비중이 큰 업체들로서는 바이든 차기 정부의 예측 가능한 `전략적 경쟁` 노선과 중국 경제 회복이 반길 만한 변화다.

트럼프 정부 시절 벌인 무역 갈등과 이에 따른 1단계 합의 여파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리는 가운데 미·중 관계가 개선되면 미국산 농식품을 판매하는 아처데니얼스미들랜드와 번지 등의 매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아처데니얼스미들랜드의 후안 루시안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주 실적 발표에서 "3분기 중국발 농식품 수요가 놀라울 만큼 폭증했다"면서 추가 상승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WSJ은 "미국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 중국 정부의 영향력 행사에 따른 리스크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면서 최근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의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 물거품 사례를 들어 이같이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해도 백악관 내 대중국 외교 정책 이견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일한 한 전직 고위 관료는 7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앞으로 참모진들 간에 큰 논쟁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은 미국에 대한 체계적인 위협 세력이라고 보는 세력(매파)도 있겠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사태가 진행 중이고 기후 변화에 맞서야 한다`고 말하면서 중국에 대해 실용적인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 세력(비둘기파)이 함께 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에서도 미·중 무역 전쟁을 두고 내부 이견이 있었지만 이보다 더 큰 입장차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편 뉴욕 증시의 방산주 투자자들은 국방 예산에 주목한다. 트럼프 정부는 국방 지출비를 줄이는 대신 무기 판매에 방점을 둬왔는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이런 기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무기를 팔고 최근에는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기로 한 것을 보면서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 같은 방산주에 눈길을 돌리기도 했다.

중요한 건 `라인 업`이다. 바이든 정부에서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정책차관은 매파로 분류된다. 클린턴·오바마 정부 시절 국방주에서 일한 그는 포린어페어 6월호에서 "만약에 미군이 남중국해에서 72시간 내 중국의 모든 잠수함과 군용선박, 기타 상업용 선박을 침몰 시킬 위력을 가지게 되면 중국 지도부는 대만 침략 도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방 예상이 줄어들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중동 정책과 관련해서는 유가가 관건이다. 정유주 투자자들 뿐 아니라 원유 선물 시장 투자자들이 관심 가질만한 부분이다. 7일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외교정책이 원유 생산량에 영향을 주면서 국제석유수출기구(OPEC)과 비회원 주요 산유국 간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OPEC관계자는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노 OPEC에서 OPEC과의 협상으로 역사적인 U턴을 한 우리의 친구였다"고 평가하면서 바이든 정부에 대한 경계심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OPEC 맹주` 사우디와 일대일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사우디와 러시아 간 원유 증산 경쟁이 멈추도록 개입한 바 있다. 또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을 집중 제재하고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공동 행동계획(JCPOA)`에서 탈퇴해 이란 원유 수출길을 막아 결과적으로는 원유 공급을 누러 유가를 떠받치는 데 일조했다. 신 재생에너지보다는 화석에너지 연료에 관심이 많아 중국에 미국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다만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다자주의 외교를 선호하며 취임하면 JCPOA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때문에 원유시장은 미국 새 정부의 중동 외교 노선이 유가에 미칠 영향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연말 랠리와 더불어 새 정부 출범 기대효과로 앞으로 뉴욕증시가 상승세에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주식투자 전략가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번 선거로 증시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달리기 위한 최선의 판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하면서 "바이든 당선으로 경제 측면에서 미·중 관계가 개선되는 효과와 더불어 의회 분열로 민주당 발 법인세 인상이 어려워진다는 점은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7일 선라이스캐피털의 크리스토퍼 스탄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그동안)우리는 트럼프 트위터에서 날아들곤하는 톱날같은 소식에 아주 지쳤다"면서 "바이든은 시장에 굿뉴스"라고 반겼다.

트럼프 대통령과 날을 세워온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CEO도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국 민주주의가 강하다는 것이 입증됐다"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와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투자자들은 대마초(마리화나) 관련 주식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일 미국 일부 주에서 대통령 선거인단 선출·의회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대마초 합법화 주민투표에서는 애리조나와 뉴저지·몬태나·사우스다코타 등 4개 주가 대마초를 성인 기호용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주민 발의안을 통과시켰고 미시시피주에서는 의료용 목적에 한해 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6일 뉴욕 증시에서는 오로라캐너비스 주가가 하루 새 55.87% 폭등하기도 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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