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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술개발 로드맵까지 관여…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월권' - 한겨레

‘실세’ 정현호 부회장 막강 권한 논란

이재용 “세상에 없는 기술” 주문 뒤
정 부회장, 사업부문별 보고 받기로
사업지원TF가 기술 적절성 등 판단
의결 조율 조직서 핵심 결정 기구로
“정 부회장 견제할 사람 없다”평가도
지나친 개입에 현업 부서 반발도
“책임·권한 일치하게 조직 바꿔야”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가 인사·재무뿐만 아니라 기술개발 로드맵 결정 영역까지 개입하는 등 관여 정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삼성전자 주요 사업부문과 계열사 내부에서 나온다. 회사 안팎에서 ‘실세’ 평가를 받는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사업지원티에프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며 ‘대리인 비용’(주인과 대리인의 이해가 어긋나 발생하는 비용)이 과도하게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복수의 삼성전자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 부회장은 이달 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해온 ‘세상에 없는 기술’과 관련해 삼성전자 주요 사업부문 및 계열사 경영진들의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보고 일정은 총 3회로 잡혔는데, 삼성전자 디엑스(DX)부문이 먼저 하고, 이어 삼성전자 디에스(DS)부문과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삼성에스디아이(SDI)·삼성에스디에스(SDS)가 각각 보고한다. 정 부회장을 비롯한 사업지원티에프 임원들이 보고를 받고 시장 전망의 적절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평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10월 아버지 고 이건희 회장 2주기 추모식 뒤 따로 사장단 간담회를 열어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이 ‘창조경영’을 강조하면서 “삼성만의 고유한 독자성과 차별성을 구현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개척해 나가자”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이와 관련해 “미·중 갈등과 러-우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기술을 개발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는 이재용 회장 발언의 연장 선상에서 설 연휴 직전 주요 사업부문과 계열사를 보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보고는 사업지원티에프의 위상을 보여준다. 현재 삼성 내부에서 이재용 회장 지시는 각 사업부문에 드문드문 전달되지만, 사업지원티에프의 요구는 ‘정현호 부회장의 지시’란 이름으로 수시로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7년 11월 사업지원티에프에 대해 “삼성전자와 전자계열사 사장단은 각 계열사 간, 사업간 공통된 이슈에 대한 대응과 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협의하고 시너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조직을 삼성전자 안에 설치해 운영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주요 사업부문과 계열사 간 의견 조율을 위해 출범했는데, 시간이 흐르며 기술개발 로드맵 등까지 보고받고 평가하고 결정하는 기구로 나아간 셈이다. 조직도 2017년 말 정현호 사장 등 임원 12명 규모에서 2022년 3분기에는 임원 16명 규모로 불어났고,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일부 직원이 승진하며 지금은 더 커졌다.
이미 “정 부회장을 견제할 사람이 사실상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기남 회장이 부회장 시절 디에스(DS)부문장을 맡고 있을 때는 정 부회장(당시는 사장)보다 나이가 2살 많고 직책도 높아 사업지원티에프 ‘지시’에 맞서기도 했지만, 현재는 누구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종희 부회장(디엑스(DX)부문장)은 2020년 말 정 부회장과 함께 승진했고, 경계현 사장(디에스부문장)은 직급이 한 단계 낮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는 총수와 사업부서 핵심 인력이 함께 써왔다. 대표적인 게 1980년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 방식을 스택(stack·회로를 쌓는 기술)과 트렌치(trench·밑으로 파 내려가는 기술) 가운데 스택으로 결정한 것이다. 권오현·진대제라는 ‘스타’가 이건희 회장과 직접 머리를 맞대고 보고하고 협의해 결정했고, 이를 통해 일본 반도체 업체들을 추월했다. 삼성전자 디에스부문의 또다른 임원은 “반도체 신화를 이끌었던 권오현 회장이나 진대제 사장처럼 삼성전자 안팎에서 인정받는 경영자가 드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재가 두루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해당 사업부서가 아닌 사업지원티에프가 결정하는 내용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사업부 내부에서 사업지원티에프가 지나친 요구를 한다며 반발하는 모습도 보인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스마트폰 사업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에스(S)-커브’의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 단계에 진입해 있다. 과거의 영광을 가져왔던 기술은 이미 색이 바랬고, 새 기술로 대체해야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 로드맵’을 현업 부서가 아닌 지원 부서가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또다른 임원은 “세상에 있는 기술도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세상에 있어야 할 기술도 아니고 세상에 없는 기술을 어떻게 파악하고 발전시키느냐는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 다른 관계자는 “사업부서에선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업지원티에프에는 현업에서 좋은 성과를 낸 임원들이 있어 자격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사업지원티에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이재용 회장이 과거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와 충돌하지 않으면서 책임과 권한을 일치시키는 조직을 만들기가 참 어렵다”며 “조만간에 만들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관계자는 “삼성전자 안에서 컨트롤타워와 관련해 많은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장 컨트롤타워 설립이 어렵다면, 티에프 조직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티에프는 한시적인 조직을 뜻하는데, 사업지원티에프장은 부회장이고 함께 일하는 임원은 부사장이다. 명칭뿐만 아니라 책임과 권한 측면에서도 티에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 이사회는 오는 31일 지난해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를 심의 의결한다.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여부가 관건이 될 정기주총 안건은 2월 이사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등기이사가 될 경우 비판이 있을 수 있어 고심 중”이라며 “이번 정기주총에서 등기이사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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