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핵무기 연구소, 미 수출규제 우회해 반도체 사들여 - 경향신문

중국의 최고 핵무기 연구기관이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를 우회해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의 최첨단 반도체를 사들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공정물리연구원(CAEP)은 1997년부터 미국의 수출 블랙리스트 대상으로 지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이후 인텔과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의 반도체를 최소 12번 구입했다.

중국 서부 쓰촨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CAEP는 1958년 설립돼 컴퓨터 과학, 전기 공학 및 기타 분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다. 이 연구소는 중국 최고의 핵무기 연구원들을 고용해 중국 최초의 수소폭탄 개발을 돕기도 했다.

CAEP는 중국 내 재판매업자를 통해 데이터센터와 개인용 컴퓨터(PC)에 널리 사용되는 미국의 반도체 칩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중 다수는 핵폭발 모델링 등에 필요한 계산유체역학 연구를 위해 사용됐고, 일부는 전산시스템의 부품으로 조달됐다.

CAEP에서 발표한 연구 논문 리뷰에는 지난 10년 동안 수행한 최소 34건의 연구에서 미국 반도체를 사용했다는 언급이 나온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최소 7건의 연구가 핵무기 유지와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CAEP가 조달한 미국산 칩은 중국에서 양산하기 어려운 7나노미터에서 14나노미터 크기의 고성능 제품들이다. 이중 인텔의 ‘제온 골드(Xeon Gold)’,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GeForceRTX)’ 등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중 하나인 타오바오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는 외국의 핵무기 연구에 미국산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미국 행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를 위반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이 미국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공격적으로 대응해온 노력이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부각시킨다고 WSJ는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현대전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용 최첨단 칩 제조 도구를 중국이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수출 통제 범위를 확대한 바 있다. 다른 국가들에도 함께할 것을 호소해 지난 27일에는 일본과 네덜란드도 수출 규제에 동참하기로 합의했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 일본의 니콘 등이 이에 따르게 된다.

전직 미 상무부 관리인 케빈 울프 국제무역 전문 변호사는 WSJ에 “해외 거래의 경우 미국의 수출 통제를 집행하기가 극도로 어렵다”고 밝혔다.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반도체 칩 매출 5560억 달러(약 683조 원) 중 3분의 1 이상을 중국에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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