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마케팅은 뒷짐…가격·품질 경쟁력 떨어져 소비자 외면
'아임쇼핑' 발길 끊겨 휴·폐점…"입점 中企사장도 안 들러요"
정부가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2012년부터 운영해온 중소기업전용매장 세 곳 중 두 곳은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일 서울 목동 행복한백화점 4층에 있는 ‘아임쇼핑’ 중기전용매장이 텅 비어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2012년부터 정부가 추진해 온 중기전용매장 세 곳 가운데 두 곳은 이미 폐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김정재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받은 ‘아임쇼핑 운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설립된 전국 25개 아임쇼핑 매장 가운데 운영 중인 곳은 4개에 불과하다. 18곳은 이미 문을 닫아 폐업률이 72%에 달한다. 세 곳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운영을 중단했다.
2015년 2개 매장이 문을 닫은 데 이어 2016년 8개, 2017년과 2019년 각각 2개가 폐점했다. 코로나19까지 겹친 올해는 4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애초 정부가 직접 나서서 중소기업을 돕겠다며 전용매장을 열었지만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서 줄줄이 매장을 접고 있다.
정부는 지난 8년간 아임쇼핑 운영을 위해 예산 223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지난 7월까지 25개 매장 전체 매출은 747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아임쇼핑 본점에서는 전체 2335개 제품 중 절반에 육박하는 1112개 제품이 단 한 개도 팔리지 않았다.
정부 주도 경제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보여주기식’ 정책의 한계를 아임쇼핑이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로가 없어 안 팔리는 게 아니라 살 만한 제품이 없어 안 팔린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사업은 벌여놓고 책임은 지지 않는 정부의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이라며 “중소기업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부터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임쇼핑 매장 중 두 번째 규모인 현대백화점 경기 성남 판교점도 마찬가지였다. 제품을 공급 중인 중소기업 사장들조차 ‘기대를 접었다’는 게 매장 매니저의 전언이었다. 그는 “중기 사장들도 아임쇼핑 매장에 별 관심이 없다”며 “최근에는 자사 제품이 어떻게 진열돼 있는지 보러 오는 사장들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임쇼핑 판교점 매출은 올 들어 월 10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판교점 관계자는 “실적이 너무 적어 현대백화점 측이 재계약을 해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최근에는 정부 지원을 추가로 받아 온라인 전담 직원을 새로 채용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매장 직원들조차 “근본적인 제품 경쟁력 개선 없이 상황이 좋아질지 의문”이라고 했다.
일부 매장은 연매출이 지원받은 예산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는 게 아임쇼핑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 폐업한 신세계 본점과 부산 센텀점 매장의 경우 올해 지원된 예산은 각각 1억2000만원, 7200만원이었지만 7월까지 매출은 3600만원, 1200만원에 그쳤다. 신세계 서울 영등포지점과 화성휴게소 매장 역시 4000만원, 3400만원의 예산을 받았지만 매출은 600만원, 2100만원에 불과했다.
제품이 매장에 입점했지만 단 한 개도 팔리지 않은 제품도 다수였다. 2019년 기준 행복한백화점 매장 입점제품 2335개 중 절반인 1112개는 연매출 ‘0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164개 중 63개(38.4%), 갤러리아 면세점은 96개 중 28개(29.1%), 화성휴게소 매장은 152개 중 43개(28.2%)가 지난해 매출이 하나도 없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여전히 기존 방식대로 입점업체를 모집하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아임쇼핑 정책매장은 중소기업과 소비자 간 접점 확대를 통해 오프라인 판매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 매장을 운영해 중소기업을 돕겠다고 나선 것부터 한계를 내포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판매 채널을 넓힌다고 해도 결국 상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관 주도로는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중소기업을 돕고 싶으면 제품 연구개발(R&D) 지원 등에서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제품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통구조의 마지막 단계에 직접 뛰어든 건 ‘매장만 있으면 팔릴 것’이라는 탁상행정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성상훈/민경진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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