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시가 9억5000만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박모씨(40)는 올가을에 세입자를 내보내고 입주하려다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혔다.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 4억원을 돌려줘야 하는데 최근 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로 전세금 반환 대출조차 막힌 탓이다. 계획한 대출의 절반도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은행의 통보에 다급해진 박씨는 모자라는 6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인에게 읍소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기 위한 정부 압박이 거세지면서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도 거절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그어놓은 대출 총량 한도가 턱밑에 찬 은행들은 올해 말까지 돈줄을 더 조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실수요자의 자금난은 더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증금 반환 대출은 명시적으로 주택 구입 목적이 아닌 데다 세입자 보호 취지가 있어 금융당국도 일부 예외를 인정해주던 상품이지만 하반기 들어 총량 규제 강화로 은행들도 더 이상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497조4175억원으로 연말까지 금융당국이 제시한 ‘6%’(전년 대비)에 맞추려면 추가 대출 여력이 7조4754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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