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사업 방해해도 처벌 약해
시간 끌면 끌수록 보상금 올라
특별법은 부처 불협화음에 난항
경기 용인시 원삼면 도로변에 토지 보상 대책을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수빈 기자
2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용인시는 최근에야 반도체클러스터 부지 일대의 비닐하우스와 수목 등 지장물 조사를 시작했다. 시 관계자는 “계획보다 조사가 석 달 이상 늦어졌다”며 “애초 내년 1월에 첫 삽을 뜨기로 했지만 3~4월에나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러스터 부지 일대 주민 중 일부가 토지 보상과 관련한 조사를 거부한 영향이다. 착공 일정도 지난 1월에서 3월→7월→4분기→내년 1월로 줄줄이 밀리다가 다섯 번이나 연기돼 1년 이상 늦어지게 됐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SK하이닉스는 “공사에 속도를 내 목표한 2025년 공장 가동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정을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도체클러스터를 지원하기 위해 발의된 국가핵심전략산업특별법은 감감무소식이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수도권 대학 정원 제한 완화와 화학물질 패스트트랙 허용 등을 두고 정부 내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국내 기업이 벌려놓은 ‘초격차’가 언제라도 좁혀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장물 조사가 끝나더라도 감정평가 결과를 토대로 토지 보상 협의를 거쳐야 하는 고비가 남아 있다. 협의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사업이 더 지연될 우려가 있다. 여의치 않으면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조차도 6개월 이상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2004년 중국 우시에 사업장을 지을 때는 부지 선정에서 완공까지 1년8개월 걸렸다”며 “지장물 조사에 들어가는 데까지만 2년7개월이 걸린 용인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토지 보상 과정에서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경북 영주시에 8500억원을 투자해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음극재 공장을 지으려고 했지만 올초까지 토지 매입에 수차례 실패했다. 회사 측은 토지 보상에만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자 협상을 포기하고 인근 상주시에 짓기로 했다. 막상 사업이 무산되자 일부 영주시의원은 상주에 공장을 짓지 말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도체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각론으로 들어가자 부처들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대표적 조항이 수도권 대학 정원 제한 완화다. 인력 부족으로 기업들이 반도체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감안해 법안 초안에 포함됐지만 일각에서는 수도권 대학에서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면 지방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도체 신소재 개발 등에 쓰이는 화학물질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반도체 화학물질 패스트트랙’도 난항을 겪고 있다.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반도체업계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 위원장은 “추석연휴가 끝난 뒤 당과 협의해 특별법의 세부 내용 방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용인=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s://ift.tt/39ysACF
비즈니스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반도체 공장?…우리가 만만하냐" 용인시에 무슨 일이 - 한국경제"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