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요즘 고성무씨를 비롯해 전남 주요 전복 어가엔 간만에 웃음꽃이 피고 있다. 전국에서 쏟아지는 주문 물량에 다복수산 등 전복 유통업체는 고용 인원을 두 배로 늘리고, 기존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전남도와 쿠팡의 협업이 만들어낸 결과다.
산지 신선식품의 빠른 배송은 유통업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비즈니스다. 네이버만 해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산지 농민, 어민, 축산 농가들을 입점시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CJ대한통운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네이버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점 업체에게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신선 배송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단순 중개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이마트,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안방’을 사수하는데 혈안이다. 대형마트는 수십년 간 신선 식품 유통의 대장 자리를 누려왔다. 주요 도매 유통업체들이 이들의 우산 아래에 있다. 이마트 계열인 쓱닷컴은 신선 식품 물류에 특화된 ‘네오’라는 첨단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산지 농축어가와의 계약 재배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전라남도, 밀양시, 포항시, 충주시 및 지역 농협중앙회와 협약(MOU)를 맺었고 친환경 농산품을 파는 농가 100여곳이 로켓프레시를 통해 새롭게 판로를 뚫고 있다. 경남 밀양 사과, 포항 과메기, 충주 복숭아, 나주배, 전남 영암·신안 무화과, 수산물은 전복, 오징어, 새우 등이 대표적이다. 쿠팡이 MOU를 맺은 지역의 농수산 특산품들은 대부분 지역 도매시장이나 마트, 학교 등 지역 오프라인 판매채널 유통의 한계에 직면했었다.
제주도에서 감귤, 무·양배추 등 채소 10종을 생산하는 농업회사법인 ‘느영나영’의 김정렬(59)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지난 20년간 제주도 내 초중고교, 도매시장에 제품을 납품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4월 가장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 여파로 등교가 중단되자, 식자재 납품 중단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학교 납품 매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지만 등교 중단 사태로 월 평균 7억~8억원이던 매출이 2억원대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회복의 계기는 쿠팡 로켓프레시였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통이 어려워지면서 쿠팡 납품 비중을 대폭 늘린 게 주효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짜리 감귤 2000~3000 박스를 쿠팡에서 팔면서 한 해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19년 실적(매출 80억원)보다 25% 성장한 것이다. 감귤과 채소의 유통 시즌인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매일 새벽 냉동탑차가 느영나영의 농산물을 싣고 육지로 이동, 전국 쿠팡 물류망을 거쳐 고객에게 새벽 배송된다. 현재 전체 매출에서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고용인원도 50여명에서 55명으로 늘었다.
전남 영암·신안·함평 일대는 국내 생산량의 55%를 생산하는 무화과 주 생산지다. 지난 5월 쿠팡과 전라남도와 협약 이후 전남 농협 전남지역본부는 이달 17일 무화과 1t을 시작으로 로켓프레시에 본격적으로 지역 제품 유통을 시작했다. 이 지역 일대 무화과 농부들도 지역 마트와 백화점에 제품을 100% 유통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납품감소, 가격 변동성 상승 문제로 유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 김우정 과장은 “기존에 무화과를 다른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보내더라도 2~3일은 유통업체 물류센터나 매장에 보관했다가 판매가 되기도 했다”며 “쿠팡 로켓프레시로 자체 물류비용을 절감하면서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다복수산을 비롯해 전남 전복 어가는 활기를 되찾았다. 다복수산은 올 상반기에만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오 대표는 “연 매출 목표는 250억원 이상”이라며 “코로나 이전 실적을 회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에 없던 고객 수요를 창출하면서 추석 명절 대목 때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지냈다. 남해의 전복 유통업체 늘푸른영어조합법인 박철완 대표도 쿠팡 로켓프레시로 지난 6월부터 전복을 유통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전복 산업이 어려움을 겪은 올 여름 로켓프레시를 통한 매출이 7월 2억5000만원에서 8월 4억원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쿠팡을 통한 지역 유통업체들의 매출 회복은 고용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20여명에 불과했던 다복수산 직원 수는 올해만 단기직 포함 40명으로 늘었다. 1년만에 고용인원이 두배 늘어난 것이다. 오 대표는 “단기직을 채용하는 진도·완도의 유통업체의 관행을 깨고 전 직원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쿠팡 매출 비중이 20%를 넘으면서 직원 5명을 추가 고용했다”고 말했다.
전복 생산 어민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펴온 지자체도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해남군 이영진 해양수산과장은 “수년째 전복 생산 어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여러 지원책을 폈지만 안정화되지 못했다”며 “쿠팡과 직거래로 어민들의 삶이 안정을 되찾고 있고 청년 인력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쿠팡은 약 4000억원의 지원금을 조성,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과 협업을 통해 지역 소상공인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 시대 디지털 전환 역량이 부족한 지역 소상공인들의 온라인 판로 개척이 절실한 상황에서 최첨단 배송, 물류시스템을 갖춘 쿠팡이 산지업체들의 경쟁력 확보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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