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것을 알면서도 앤트그룹의 상장을 잠정 무산시켰다. 이번 조치는 앤트그룹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 창업자이자 앤트그룹 지배주주인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윈이 지난달 24일 한 금융 포럼에서 중국 금융 당국을 공개 비판한 후 앤트그룹의 상장에 제동을 걸기까지 단 열흘이 걸렸다. 마윈의 발언 후 앤트그룹 상장 중단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은 어떤 기업도 중국공산당과 정부 통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중국에선 중국 최고의 기업가로 꼽히는 마윈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앤트그룹 상장 중단은 마윈이 중국 최고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린 결과로 해석된다. 마윈은 지난달 24일 왕치산 국가 부주석, 이강 인민은행장 등 중국 정부 지도부와 최고위 금융 당국자들이 참석한 금융 포럼에서 금융 당국의 낡은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윈은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금융서밋에서 규제 당국과 대형 국유 은행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규제 당국을 향해선 위험 예방이란 이유로 보수적인 규제 정책을 고집해 혁신을 질식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을 공항 규제에 써선 안 된다" "어제의 방법으로 미래를 규제할 수 없다" "감독은 발전을 지켜보며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고 규제는 문제가 있을 때 관리하는 것인데, 지금 우리는 규제에만 강하고 감독 능력은 부족하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또 대형 국유 은행들을 전당포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그는 "은행은 아직도 담보와 보증을 요구하며 전당포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며 "지금 중국에 정말 필요한 것은 앤트그룹처럼 대담한 새로운 플레이어"라고 했다.
그로부터 9일 후 마윈은 중국 금융 당국에 불려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위원회, 증권감독위원회, 국가외환관리국이 이달 2일 앤트그룹 지배주주인 마윈과 징셴둥 앤트그룹 회장, 후샤오밍 앤트그룹 최고경영자를 소환한 것이다. 정부 기관이 기업인 등을 불러 문책하고 경고하는 웨탄(約談·면담) 형식이었다.
앤트그룹은 금융 당국의 발표 후 입장문을 내고 "양측이 금융 부문 건전성과 안정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앤트그룹은 규제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3일 밤 상하이증권거래소와 홍콩증권거래소는 5일로 예정된 앤트그룹의 상장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상장 하루를 앞두고 판을 깨버린 것이다.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이번 결정이 마윈과 앤트그룹 경영진이 규제 당국에 불려가 면담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앤트그룹은 모바일 결제, 대출, 투자, 보험 등 금융과 관련된 모든 사업을 한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즈푸바오(알리페이)다.
그러나 앤트그룹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온라인 소액 대출이다. 올해 상반기 온라인 소액 대출 부문 매출은 286억 위안(약 4조800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했다. 앤트그룹은 100여 개 은행과 제휴해 대출을 연결해주고 거래가 이뤄지면 수수료를 받는다. 현재 앤트그룹의 대출 잔액은 2조 위안(약 333조 원)이 넘는다. 모바일 결제 부문 매출 비중은 약 35%였다.
앤트그룹은 스스로를 금융 회사가 아니라 기술 기업이라 부른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기술을 이용해 기존 은행이 하지 않던 금융 서비스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금융 당국과 대형 은행들은 앤트그룹을 금융 규제를 적용받아야 할 금융사로 본다. 특히 대형 국유 은행들은 앤트그룹이 자본·채무 등 은행에 적용되는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아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중국 금융 당국은 2일 마윈 소환 전 온라인 소액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규정을 공개했다. 개인별 대출 한도를 연간소득의 3분의 1 미만으로 낮추고 여러 성(지방 행정 단위)에서 대출을 중복해 받는 것을 금지한 게 가장 큰 변화다. 온라인 대출 업계 전체에 적용되는 규제지만, 사실상 앤트그룹을 겨냥한 조치란 해석이 나왔다. 이미 덩치가 커질대로 커진 상황에서 더 통제가 불가능해지기 전에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마윈이 후폭풍이 있을 걸 알면서도 당국을 정면 비판한 것도 규제 강화를 예상했기 때문이란 관측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술 자립을 국가 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선언한 상황에서 과연 당국의 규제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선수를 쳤다는 것이다. 마윈의 공개 비판은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 등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마윈은 공산당원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젊은 층에선 여전히 마윈을 혁신의 상징으로 보는 지지자가 많다.
앤트그룹을 겨냥한 이번 온라인 대출 규제는 류허 국무원 부총리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부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며, 중국 경제·무역·금융 정책을 총괄한다.
류 부총리는 지난달 말 회의에서 핀테크 회사를 규제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앤트그룹이 금융업을 하면서도 금융사와 같은 규제를 받지 않아 금융 시스템에 리스크(위험)를 가하기 때문에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게 금융 당국의 생각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정부 기조에 맞춰 마윈 때리기에 가세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일 "이른바 ‘마윈의 시대’라는 건 없다. 마윈은 그저 시대의 일부일 뿐이다"라고 했다. 중국증권보도 "앤트그룹 상장 중단은 금융 안정 리스크를 감안할 때 합리적이고 필요한 조치"라고 했다.
https://ift.tt/3evwWfF
비즈니스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마윈도 중국공산당에 덤볐다가는…“입다물라” - 조선비즈"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