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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6억불 유입 때 中엔 '0'…코스피 3000 돌파 임박 - 한국경제

글로벌 3대 지수서 中기업 빠진다

신흥국에 몰리던 글로벌 자금
지난달 19일부터 中 비중 줄어

"中 리스크 헤지 수요 급증"
韓증시 신흥국 '원픽'으로 부상

영국 FTSE에 이어 S&P500지수 등을 산출하는 S&P다우존스인다이시스가 주식·채권 지수에서 중국 기업을 제외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지수 산출업체인 MSCI도 중국 기업을 지수에서 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3대 지수 산출 기관이 중국 기업을 모두 빼면 한국 시장으로 들어오는 글로벌 자금이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S&P다우존스인다이시스는 10일(현지시간) 주식·채권 지수에서 중국 기업 21곳을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기업 제재 조치에 따른 결정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 감시카메라 제조업체 하이크비전 등이 빠졌다.

지난달엔 FTSE러셀지수에서 중국 기업이 제외됐다. 중국 기업을 배제하는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는 MSCI도 조만간 방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글로벌 주요 지수에서 빠지면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불가피하다. 지수 산출 기관들이 동시에 한 국가의 기업들을 제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반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리스크가 커진 중국을 피해 글로벌 자금이 한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 MSCI 한국’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총 5억9709만달러(약 6518억원)가 순유입됐다. 한국 기업에만 투자하는 글로벌 ETF에 의미있는 자금 유입세가 나타난 것은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다. 반면 이 기간 중국 ETF에는 자금 유입이 없었다.

MSCI까지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한국행 자금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실적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국내 상장사 289곳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82조5222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 3000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11일 코스피지수는 0.86% 오른 2770.06에 마감했다. 전날에 이어 종가 기준으로 또 한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3000선 돌파까지는 230포인트, 8.3%만을 남겨두고 있다. 60조원이 넘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예탁금은 외국인 자금 유입과 함께 주가 3000 시대를 열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

한국에 6억불 유입 때 中엔 '0'…코스피 3000 돌파 임박
3000 향해 달리는 코스피
2770.06. 11일 코스피지수 종가다. 8.3%만 오르면 3000을 돌파한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외국인 자금이다. 최근 이틀간 국내 시장에서 순매도했지만 10년 박스권을 뚫은 지난 한 달간 줄기차게 한국 주식을 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세계 경제 회복 기대가 커졌고, 달러 약세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으로 쏠린 영향이다.

여기에 변수가 하나 더해졌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리스크가 커지면서 한국이 신흥국 중 글로벌 투자업계가 꼽는 ‘원픽’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패시브펀드의 벤치마크가 되는 주요 지수에서 ‘중국 기업 축출’이 이뤄지고 있어 한국행 자금 유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주요 지수, 중국 기업 제외
10일(현지시간) S&P500지수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등을 산출하는 S&P다우존스인다이시스(S&P DJI)는 주식·채권 지수 구성 종목에서 중국 기업 21곳을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이 명령은 미 국방부가 ‘블랙리스트’에 올린 중국 기업 30여 곳에 대해 미국 금융회사와 연기금 등이 내년 11월부터 주식 투자를 못 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S&P DJI는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SMIC와 감시카메라 제조업체 하이크비전 등 10개 기업의 주식과 주식예탁증서를 모든 주가지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변경된 지수는 오는 21일 장 개장 전 반영될 예정이다. 또 내년 1월 개장 전까지 추가로 11개사의 증권을 채권지수에서 빼기로 결정했다.

지난 4일엔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산하 지수 제공업체인 FTSE러셀이 하이크비전, 중국철도건설(CRCC), 중국위성 등 8개 기업을 FTSE 글로벌 주식 인덱스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지수 산출업체인 MSCI도 조만간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MSCI는 이달 4일까지 제재 대상으로 지목된 중국 기업들을 지수에서 제외하는 것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의견을 받았다. MSCI도 중국 기업을 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세계 3대 지수산출 기관에서 중국 기업이 축출되는 셈이다.

한국 증시 반사 수혜
패시브펀드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주요 지수에서 중국 기업이 빠지는 것은 한국 시장 수급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흐름은 이미 지난달부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 MSCI 중국’ ETF에는 지난달 19일 이후 이달 8일까지 자금 유입이 전무하다. 반면 이 회사의 MSCI 한국 ETF에는 같은 기간 5억9709만달러(약 6518억원)가 순유입됐다. 한국 기업만 투자하는 글로벌 ETF에 의미있는 자금 유입세가 나타난 것은 올 들어 3월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지수가 이달 들어 5% 이상 상승하는 동안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 넘게 하락세를 나타냈다.

신흥국 중에서도 한국으로
이미 시장의 자금흐름은 이 같은 ‘중국 배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대 신흥국 ETF인 아이셰어 ‘신흥국 ETF’와 ‘핵심 신흥국 ETF’의 자금 유입 차이를 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두 지수 모두 신흥국 주식을 담고 있지만 중국 기업이 40%에 육박하는 ‘신흥국 ETF’에는 지난달 19일 이후 좌수 증가가 없다. 자금 유입이 없었다는 얘기다. 반면 이보다 중국 비중은 3.11%포인트 낮고 한국과 대만 기업 비중이 더 큰 ‘핵심 신흥국 ETF’는 같은 기간 3%가량 좌수가 늘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신흥국에 투자하는 동시에 중국 리스크를 헤지(위험회피) 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국내 증시가 최소 연말까진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환율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 168~174원에서 움직이던 원·위안 환율이 이달 들어 박스권 밑으로 떨어져(원화 가치 상승) 위안당 165원에 근접했다.

여전히 넘치는 증시 개인자금
외국인 유입에 더해 올해 증시를 부양한 개인투자자의 자금도 막강한 방어벽 역할을 하고 있다.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등 국내 주식시장에서 총 62조5079억원을 순매수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회사에 맡기는 투자자 예탁금도 61조원이 넘는다. 120조원이 증시에 새로 들어온 돈이라는 얘기다.

JP모간은 최근 내년 한국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3200으로 제시하면서 가장 큰 이유를 증시 주변에 넘치는 유동자금으로 설명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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