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71% "규제법안, 코로나보다 무섭다"
"개정 상법·중대재해처벌법…갈수록 경영하기 힘들다"
경제단체장들 신년사 "제발 기업인 氣 살려달라" 호소
기업들은 2020년 팬데믹(대유행)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엔 정치권의 기업규제 입법 강행 등으로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경제계에선 “새해에는 기업가 정신을 옥죄는 규제를 대폭 풀어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30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한경DB
한국경제신문이 30일 국내 50대 그룹(금융회사 제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42개) 중 70.7%는 규제법안 등 때문에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기업 활동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60.6%가 갈수록 늘어나는 규제법안을 꼽았다. 반기업정서 때문에 힘들다는 답변도 18.2%에 달했다. 여당은 이달 들어 상법과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한꺼번에 처리했다. 경제단체장들이 국회를 여러 차례 찾아가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을 준다고 반대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CEO 과잉처벌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대기 중이다. 기업을 죄악시하는 반기업 정서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인들이 바라는 것은 간단하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기업인을 적대시하는 문화를 없애달라고 호소할 뿐이다. 경제단체장들도 이날 이례적으로 2021년도 신년사를 통해 목소리를 높였다. 땅에 떨어진 기업인의 의욕을 방치하면 한국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낡은 법·제도를 혁신해 기업과 산업의 신진대사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기업을 제약하는 법안이 무더기로 입법화되면서 경제 활력이 저하될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옥죄는 상법 가장 위협적…내년 경영전략 다 바꿔야할 판"
이는 30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50대 그룹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설문에 응답한 그룹(42곳) 중 63.5%는 한국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답변했다. 7.3%는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답했다. 해외보다 환경이 좋다고 답한 그룹은 한 곳밖에 없었다. 기업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묻는 질문에는 60.6%가 ‘갈수록 늘어나는 규제 및 기업 관련 법안’을 꼽았다. 커지는 반기업정서(18.2%)와 갈수록 나빠지는 대외여건(12.1%) 때문이라는 답변도 많았다.
연말에 처리된 기업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61.0%)이 “사업계획이나 운영전략을 바꿔야 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라고 판단했다. 주요 그룹들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거나 논의 중인 법안 가운데 상법 개정안(45.0%)이 가장 걱정된다고 답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대주주 의결권 제한 조항 때문에 외국계 자본 주도로 사외이사가 선임될 수 있다는 우려다. 경제계에서는 경쟁사 임원이 이사회에 들어오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27.5%)이 걱정된다는 답변도 많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장 내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를 2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는 등 경영인과 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인 법이다. 전문가들은 이 법이 산업재해를 방지하는 효과가 크지 않고 기업인들을 위축시키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도 수시로 국회를 찾아 법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안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다음달 8일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기 전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일부 기업인은 사회에 만연한 반기업정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업인들에게 힘을 내달라고 하는 건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역대 대통령은 거의 매년 연초에 열리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기업인들을 격려했지만, 문 대통령은 올해까지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다른 중견기업 대표는 “인건비 등 비용은 가파르게 늘고, 경영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는 툭 하면 늘어난다”며 “기업하는 사람을 죄인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굳이 힘들게 경영하고 싶지도 않고, 자식에게 넘겨주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토로했다.
도병욱/이선아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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