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에만 족쇄를 치우는 규제를 거두어달라.”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주요 경제단체들이 신년사를 내고 ‘기업규제 3법(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감독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인한 추가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일제히 요청했다. 경제단체장들의 기존 신년사는 새해에 대한 덕담과 계획 등이 담겨있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신년사에서 한목소리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나선 건 그만큼 최근 정치권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재계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경제 단체장 2021년 신년사
허창수 "외국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2021년을 ‘우리 경제가 생사의 기로에 서는 한 해’로 규정했다. 허 회장은 “흔히 위기는 기회라고 말하지만, 앞서가는 수많은 해외기업과 기술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에게 기회의 문이 언제까지 열려 있을지 걱정”이라며 “절박한 심정으로 산업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는 잃어버린 10년, 20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정부 당국에도 부탁드린다. 적어도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외국기업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한국 기업에만 족쇄를 채우는 규제나 비용부담을 늘리는 정책은 거두어주시고, 더 많은 기업인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시장에서 맘껏 뛸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용만 "정책의 예측 가능성·선진적 경제규범 마련해야"
박회장은 이어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선진적인 경제 규범 형성’에도 진전이 많기를 바란다”며 “최근 ‘산업 안전’, ‘집단소송제’, ‘2050년 탄소 중립’ 관련 법안과 정책 관련 논의가 활발한데, 경제계와 소통하면서 수용 가능한 대안과 실천 가능한 해법을 모색해 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정부와 국회가 재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의 준말)’처럼 각종 규제 법안을 밀어붙이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손경식 "국회 통과한 3법 보완 입법 서둘러야"
손경식 경총 회장도 “기업의 창의적 경영 활동에 장애가 되는 규제는 대폭 완화돼야 한다”며 “경쟁국들이 기업의 조세 부담을 완화하는 추세를 감안, 경쟁력 있는 기업 세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집단소송 도입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추가적인 규제 입법 추진 사항에 대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가지고 산업ㆍ경제적 영향 등을 고려하여 신중히 검토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사후적으로 제재를 강화하는 방식만으로는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확립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대응 여력이 취약한 중소ㆍ영세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히고 기업 생태계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현 상황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규제에 대한 보완 입법 같은 배려가 대표적이다. 그는 “국회 심의 중인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재해 예방을 위한 국가의 노력이 먼저 적극적으로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며 “국회를 통과한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에 대해서도 후속적인 보완 입법을 강구하여 기업들이 최소한의 대응 여력이라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강호갑 "그릇된 정치인 시장 경제 파괴자로 처벌해야"
중견기업을 대표하는 강호갑 중견련 회장은 강경한 어조로 정치권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야 할 정치도 특권에서 노닐 뿐 결코 책임지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특히 산업재해가 일어났을 때 사업주를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등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우려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귀책사유와 발생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데도 기업을 처벌한다면 그릇된 정치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치권을 맹비난했다. 그는 "(그릇된 정치인을) ‘중대 자유주의 및 시장 경제 파괴자’로서 처벌‘해야 한다”라며 “사회의 어느 부문에도 특권은 존재해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단체장들은 기업 규제 부담 완화를 촉구하는 동시에 기업 역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우리나라는) 기업환경만 잘 조성되면 세계 경제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나라임을 확신한다”며 “우리 기업들이 스스로 환경ㆍ기후 대응, 지배구조 개선, 안전투자 확대 등의 시대적 요구에도 적극적으로 부응해 나갈 것이라 믿고, 경총도 반기업 정서를 완화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 이미지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기업들도 법보다 더 높은 수준의 규범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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