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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도 구조조정 한파… 대리급 직원까지 희망퇴직 - 조선비즈

입력 2020.12.30 14:00

대형 시중은행들이 올해 일제히 대규모 희망퇴직에 나선 가운데, 여느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낸 지방은행에도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저금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은행 영업 환경이 어려워지고, 대형 시중은행과 경쟁까지 심해지면서 지방은행은 희망퇴직·명예퇴직·특별퇴직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경남권에서 가장 큰 지역은행인 BNK부산은행은 이달 4~9일 직급, 연령별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현재 확정 인원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이번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으면서 은행권 임금피크제 기준인 만 56세 이상 직원은 물론이고, 이례적으로 대리급 이하 직원도 받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희망퇴직 보상안이 이전보다 넉넉한 수준으로 마련돼 10년차 수준 대리급 신청자도 상당수 몰렸다. 부산은행은 만 56세 직원에게 32개월치, 대리급 이하 직원에게는 38개월치, 1966년~1970년생에게는 38~40개월치 월급을 특별 퇴직금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피크제 해당 직원에게 명예퇴직금으로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의 28~36개월치를 지급하는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계열인 BNK경남은행은 아직 희망퇴직 조건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내년 1월 퇴직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같은 사항을 놓고 노동조합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경남은행 역시 부산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특별 퇴직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은행은 이달 21~22일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마쳤다. 대상은 65년생부터 67년생으로, 40여 명이 신청했다. 이들은 오는 31일 퇴직할 예정이다. DGB대구은행 역시 지난 7월 명예퇴직 대상 31명에 더해 최근 만 56세 직원 10명을 추가로 신청을 받아 총 41명이 퇴직을 앞두고 있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 못지 않은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퇴직조건은 관리비용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은행 수익성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지방은행들이 명예퇴직 조건을 확대한 이유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일상에서 빠르게 자리 잡히는 가운데, 디지털 전환에서 시중은행에 뒤쳐지면서 갈 수록 설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희망퇴직을 진행하지 않았던 부산은행·대구은행·전북은행은 올해 일제히 희망퇴직을 결정했다.

이들 DGB대구·BNK부산·BNK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 등 국내 6개 지방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571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 줄었다. 은행별로는 광주은행(-6.6%)과 경남은행(-12.3%)을 제외하고 모두 20% 안팎으로 이익이 크게 줄었다. 반면 국내 4대 시중은행은 같은 기간 우리은행(-42.6%)을 제외하면 순이익이 5.9%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선업, 자동차 산업처럼 지방에 거점을 둔 산업들은 쇠퇴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 첨단 지식산업들은 전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며 "특히 지방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아 지금처럼 경기 침체기엔 수익성이 급격히 안좋아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지방은행들의 부실 채권 비율은 0.79%로 시중은행(0.38%)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방은행 역시 시중은행처럼 디지털화와 전산화에 집중하다 보면 은행 점포 수 조정이 필연적으로 따라올 것"이라며 "경쟁 과정에서 행원 감축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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