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는 향후 경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경기 상승기에는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 때문에 유가가 오른다. 경기 침체기에는 경제 활동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유가가 내려간다. 그동안 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부족, 팬데믹 이후 경제 활동량 증가 기대에 따른 수요 확대로 상승해 왔다. 지난달 WTI 7월물 선물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원유 공급 부족이나 유럽 에너지 위기 등 거시적 요인이 변하지 않았는데도 유가가 급락한 것은 지난달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 이후 투자자들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 연준은 이날 발표한 유가시장 보고서에서 “공급 전망이 크게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 감소로 유가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미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경기 침체가 오면 국제 유가가 올해 말 배럴당 65달러까지 폭락하고 내년 말 45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경기가 식었다는 수요 둔화의 징조는 곡물 등 원자재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5일 시카고상품거래소의 옥수수 9월 인도물은 3.4%, 대두 8월물은 9.75% 하락했다. 금리 인상 등으로 달러화 가치가 급상승해 달러 기반으로 거래하는 원자재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친 결과다. 금, 구리, 은 등 금속도 줄줄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5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물 금 선물은 전장 대비 2.1% 하락한 온스당 1763.90달러에 거래를 마쳐 180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갔다.
반면 유럽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자 달러 대비 유로화 환율은 1.028달러까지 내려갔다. ‘1달러=1유로’에 근접한 것으로 20여 년 만의 최저치다.
미 채권시장에선 경기 침체를 시사하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또다시 벌어졌다. 올 들어 세 번째다. 5일 2년 만기는 2.8286%, 10년 만기는 2.8054%에 거래됐다. 장기 금리가 단기보다 더 낮은 것은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장기적으로 금리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반영됐다는 의미다. 2006년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지 2년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는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이 1년 안에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의회조사국은 미국 경제가 40년 만에 더블딥(이중 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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