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전력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 발전량은 16만184GWh(기가와트시)로 전년 대비 9.8% 증가했다. 연간 원전 발전량이 16만GWh를 넘어선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가장 많았다. 원전 발전량은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선언한 2017년을 기점으로 연 13만~14만GWh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반등했다..
정부 탈원전 정책에도 오히려 우리나라의 원전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석탄 발전량이 줄면서 생긴 전력 공백을 원전이 주로 메우면서 전력 생산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해석이 하나다. 신고리 4호기를 포함해 정비 등으로 가동이 중단됐던 일부 원전이 다시 정상 가동에 들어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총 발전량이 감소하고 예년 같은 전력 피크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기저부하(전력을 일정하게 안정적으로 공급)를 담당하는 원전의 진가가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우리나라 총 발전량은 전년보다 줄었는데 원자력 발전량은 오히려 늘었다"면서 "탈원전을 3년간 하다가 도저히 안되니 발전 원가를 낮추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는 원자력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탈원전 정책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점만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에너지 발전 방식은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경제급전'을 따르는데, 기저부하 발전소의 경우 값싼 순으로 가동이 된다"며 "지난해 원전 발전량이 증가했다는 것은 원전이 경제성 측면에서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원래 정부 계획대로라면 석탄 가동이 줄어든 만큼 필요한 전력을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지난해 말 신재생 에너지 설비용량은 20.9GWh로 전년 대비 약 30% 늘었지만, 발전량은 3.9% 증가한 3만7804GWh에 그쳤다. 태양광·풍력의 경우 계절이나 날씨 등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탓에 설비용량에 비해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태양광 발전의 평균 이용률은 약 15%, 풍력은 23% 수준이다. 항시 전력공급을 할 수 있는 석탄과 원전은 평균 이용률이 75%에 달한다.
신재생 에너지는 간헐성을 보완해줄 에너지원이 필요한데, 정부는 값싼 석탄과 원전을 대신할 에너지원으로 LNG를 선택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2034년까지 석탄발전소 30기를 폐쇄하고 그 자리를 24기의 LNG발전소로 대체하기로 했다.
문제는 LNG는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는 데다 발전단가가 비싸고 가격 변동성이 큰 편이라 LNG 의존도가 높아지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불안정성이 커지고 전기요금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아시아 지역 LNG 스팟(현물거래) 가격은 MMBtu당 32.5달러까지 치솟았다. 한파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LNG 수입이 급증하면서 1년 사이 가격이 4배 뛰었다. 최근 국제유가마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면서 LNG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LNG 가격은 통상 3개월 시차를 두고 유가를 따라간다.
또 올해부터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되면서 유가를 포함한 연료비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시차를 두고 인상된다. 지난해 저유가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전기요금이 내려가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최근 유가와 LNG 가격 상승세를 반영해 요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원전을 지금처럼 기저부하로 유지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병행해야 경제성과 전력 수급 안정성, 탄소중립 등의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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