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매각 본입찰이 오는 6월7일로 예정된 가운데,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의 막판 눈치싸움은 치열하다. 인수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토지를 팔아 실탄을 마련하는가 하면,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일각에선 최대 5조원으로 예상되는 매각가격 부담은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은 저마다 시너지 효과를 확신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옥션·G9로 20조원의 거래액을 올리며 국내 이(e)커머스 시장에서 12%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이커머스 업체 중 유일하게 2020년까지 16년 연속 흑자를 냈다. 또 업계 첫 유료멤버십 ‘스마일클럽’의 회원 수는 2020년 기준 300만명을 넘었고, 간편 결제시스템인 ‘스마일페이’ 온·오프라인 제휴 가맹점 수는 2만5000여곳이다.
아울러 200여개의 프리미엄 브랜드와 100여개의 소호패션 업체, 50여개의 국내 대형 유통기업 등이 입점했다.
특히 롯데(롯데쇼핑)·신세계(이마트)는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사활을 걸었다.
롯데와 신세계는 2022년 200조원까지 성장이 예상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이베이코리아가 필요하다. 각 사는 인수주체가 될 롯데쇼핑과 이마트에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전담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부진을 면치 못하는 ‘롯데온(ON)’의 외형성장을 꾀할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지휘봉을 잡은 이커머스 전문가 나영호 대표의 전술력이 롯데온과 이베이코리아의 시너지를 배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 롯데쇼핑은 지난달 월드타워·월드몰 소유권·토지 등의 지분을 롯데물산에 매각해 약 8300억원의 재원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이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2021년 1분기 4조2000억원 포함 5월말 기준 약 5조300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맥락으로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SSG닷컴의 오픈마켓 연착륙과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마트는 이달 강서구 소재 가양점 토지와 건물을 약 6800억원을 받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대금은 6월1일 들어온다. 이를 포함한 이마트의 현금성 자산은 약 1조9000억원이다.
여기에 신세계의 현금성 자산 약 2조4000억원을 더하면 4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는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 이베이코리아를 손에 넣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신세계와 네이버가 각각 최대주주와 2대 주주로 이베이코리아 지분을 갖는 방식이다.
이 밖에도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 뛰어드는 SK텔레콤은 기존 자회사인 11번가에 이베이코리아를 추가 흡수 시 ‘탈통신’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도 온·오프라인 통합 유통기업으로 탈바꿈을 원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입찰 만큼 단숨에 온라인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회도 없기 때문에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대기업들이 이베이코리아에 군침을 흘리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5조원이란 가격이 만만치 않다. 자칫 높은 금액을 써냈다가 승자의 저주에 걸리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며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등을 충분히 고려하고 신중히 검토해 가격을 제시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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