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경험 있는 청년층 증가
기업 절반 "MZ세대 잡기 위해 별도 노력 기울여"
전문가 "'평생직장' 개념 사라져"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광고회사에 재직 중인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입사한 지 1개월 만에 퇴사를 결심했다. 김씨는 "채용 공고에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철저히 지켜지고, 회사 조직이 수평적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기대를 품고 입사했는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라며 "업무와 상관없는 잡일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야근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만둘 거면 빨리 그만두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회사 차원에서도 업무에 열정 있는 다른 동료를 구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업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입사하자마자 이직이나 창업 등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음에도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보수 등을 지적하며 이직을 결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확고했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청년층은 이직에 대한 두려움이 덜 하다고 분석했다.
20대 이모씨는 최근 직장 상사로 인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그는 "업무가 너무 많아서 내 일상이 없었다. 많은 업무량으로 인해 퇴근하고도 집에서 일했다"라며 "그렇다고 임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었다. 월급날에 기쁘기는커녕 '내가 이 돈 받으려고 그렇게 열심히 일했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퇴사를 결심했다"고 했다.
이 씨처럼 이직을 결심하는 청년 직장인들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청년 32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을 한 경험이 있는 청년 중 46.0%는 이직 경험이 있었다. 이 중 두 번 이상 이직한 응답자는 55.5%, 4회 이상 이직을 한 사람도 15.0%였다.
이직 사유로는 '임금 등 사내 복리후생'이 23.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직장 상사 등 근무 환경(20.4%) ▲육아와 가사 등 집안 사정(16.1%) ▲적성과 기술 불일치(14.0%) ▲안전성(11%) ▲개인 발전(7.7%) ▲개인 사업(6.2%)순이었다.
그런가 하면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소위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무원 또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올해 초 발간한 '2020년 공직생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공무원(4339명) 중 31.1%는 '이직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20대 공무원의 경우 '이직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이 38.4%에 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공무원을 포기하고 싶다는 내용의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지난 27일 학원 강사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2019년까지 대형학원의 영어 강사였다. 그러나 주변에 다른 대형학원이 들어서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학원 재정이 안 좋아져 작년 1월에 퇴사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간절하게 공부했더니 공무원 시험에 붙어 작년 10월부터 동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라며 "그런데 매일 혼자 80~100여 명의 민원인을 상대하니 어느 때보다 힘들다. 오늘도 진상 민원인이 책받침을 집어 던져서 팔에 맞았다. 공무원 일이 제 성향과 맞지 않아 너무나 후회스럽다"고 털어놨다.
청년층의 퇴사가 잦다 보니 일부 기업들은 이들의 장기근속을 위해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인'이 기업 27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기업의 49.1%가 MZ세대 인재 확보 등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의 근무 환경 조성(51.9%, 복수응답) ▲워라밸을 지키는 업무 방식(48.9%), ▲개인 취향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 형성(39.8%)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는 직장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기성세대보다 젊은층이 비교적 더 쉽게 퇴사를 결정한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이 자신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조금 더 유리한 조건의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려는 경향이 있다"라며 "어렵게 취업해도 청년층이 느끼기에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크면 이를 참지 못하고 이직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언가에 얽매이기를 싫어하는 젊은층의 경우, 이직에 대한 두려움이 기성세대보다 덜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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