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그룹 일가가 고(故) 정상영 명예회장이 보유했던 15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정몽진 KCC 회장은 31일 “부친의 뜻을 받들어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 정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 회장 역시 사재 500억원을 부친의 사재에 더해 기부할 방침이어서 KCC 일가의 사회 환원은 총 2000억원 규모다. KCC 일가는 이중 약 1400억원은 소리 박물관에, 또 100억원은 민족사관고등학교(민사고)에 기부해 장학사업에 쓰기로 했다.
고 정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의 막냇동생이다. 고 정 명예회장이 지난 1월 향년 84세를 일기로 타계하며 현대가의 1세대 경영시대도 막을 내렸다. 고 정 명예회장은 유족들에게 KCC 지분 5.05%, KCC글라스 지분 5.41%, 그리고 약 100억원대로 추산되는 현대중공업 주식을 남겼다. 이 가운데 정 회장과 삼남 정몽열 KCC건설 회장이 KCC 지분을 각각 1%씩, 차남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은 KCC글라스 지분 5.41%를 물려받기로 했다. 그리고 고 정 명예회장의 나머지 유산인 KCC 지분 3%(약 1400억원)를 장남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전문화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서전문화재단은 지난 2019년 정몽진 KCC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만든 재단법인이다. 음향 및 청각 콘텐트 체험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음향기기 전문 박물관인 소리 박물관을 건립 중이다. 박물관은 2021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을 설계한 일본 건축가 쿠마 켄고가 설계했으며 대지 2330m², 연건축면적 1만519m² 규모로 지어진다.
소리 박물관에는 정몽진 회장과 오디오 전문가 고 최봉식 선생이 수집한 웨스턴 일렉트릭의 1926년산 극장용 스피커, 초기 전화기, 오르골, 축음기, 진공관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정 회장이 2007년 설립한 오디오 전문 회사 오디오실바톤어쿠스틱스가 소장품의 유지·보수 등을 담당할 계획이다.
한편 고 정 명예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했던 100억원 상당의 현대중공업 주식은 민사고 장학금으로 기부된다. 민사고는 최명재 전 파스퇴르유업 회장이 강원도 횡성에 설립한 자율형 사립고다. 교육부 시행령 개정에 따라 민사고는 오는 2025년 일반고로 전환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만위 민사고 교장은 “일반고로 전환되면 자사고로서 받고 있던 연 2600만원 가량의 학비를 받지 못해 존립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폐교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유족들은 오는 2024년까지 매년 25억원씩, 4년간 100억원을 민사고에 지원하고 이후에도 자사고를 유지할 경우 추가로 재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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