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의 일부를 수용해 옵티머스펀드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한다. 다만 금감원 측이 원금 반환 근거로 든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에 대해선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 등과의 법적 다툼을 염두에 둔 것으로, 향후 이들 금융기관 간 소송전을 예고했다.
NH투자증권은 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본사 NH금융타워 타워2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날 오전 진행된 옵티머스 권고안에 대한 임시 이사회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분조위는 지난달 5일 옵티머스펀드에 대해 최대 판매사 NH투자증권이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후 2달여간 NH투자증권 이사회는 8차례 논의를 진행해왔다.
논의 결과 이사회는 옵티머스 펀드 전체 고객 96%에 해당하는 일반투자자 831명에 대해 총 2780억원의 원금 전액을 지급키로 했다. 고객과의 개별 합의서가 체결되는 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투자원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중지 직후 펀드 잔고의 45%에 해당하는 1779억의 유동성 자금 지원을 통해 1차적인 고객보호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기지급한 유동성 선지원 금액에 더해 추가 지급함으로써 투자원금 전액을 지급 완료하게 된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조정안이 나온 이후 고객을 보호하고 회사의 주주에도 최선인 방안을 찾기 위해 심사숙고했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고객들에게 고통스러운 기다림의 시간을 준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결정에 대해 "분조위 조정 결정의 기본 취지를 존중하고 고객 보호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분조위의 권고의 근거가 됐던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적용'은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민법에서 애초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고객에 원금을 반환하면서 이들로부터 수익 증권과 제반 권리를 양수해 수익증권 소유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사적 합의 형태라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계약 취소의 형태로 계약을 무효화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100% 원금을 반환하면서 수익증권과 제반 권리를 양수하는 형태"라면서 "분조위가 권고한 계약 취소와 형식은 다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투자원금을 전액 회수하는 측면에서 동일하고 고객 보호를 위해 당사가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에서도 충분히 양해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이 뼈아픈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고 금융상품을 검증하고 판매하는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며 고객을 위해 더욱 현명하고 성실한 자산관리자로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간 사무관리사와 수탁사 모두 펀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배상 책임은 전적으로 NH투자증권에게로 쏠려 있다는 점이 지적돼왔다. NH투자증권도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발생 초기부터 최근까지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줄곧 주장하며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던 터다.
정영채 대표는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당사가 선제적인 원금 반환에 나서지만 옵티머스 사태는 사기 범죄의 주체인 운용사 외에도 수탁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의 공동 책임이 있는 사안이므로 당사의 구상권을 보전하기 위해 고객과 사적 합의 형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추후 고객과의 사적 합의로 양도받은 권리를 근거로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에 대해 손해배상소송 및 구상권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하나은행은 실질적으로 펀드 운용에 대한 감시의 책임이 있는 수탁은행으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NH투자증권 측이 하나은행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사유는 ▲펀드의 운용 목적과 다르게 운용되고 있음에도 묵인 내지는 방조 ▲ 자금세탁 방지 의무 위반 ▲펀드 환매 불능사태 시 고유자금으로 상환 불능 상태를 막은 정황 등이다. 예탁원에 대해선 ▲허위 자산 명세서 작성을 사유로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NH측은 이번 소송의 대전제가 이해당사자들 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서 궁극적으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정 대표는 "옵티머스 사태는 많은 당사자에게 고통스런 사건이지만 한편으로 우리 펀드 생태계가 투자자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계기로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자본시장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라도 운용사와 투자자 사이에서 수탁, 사무관리, 판매 등을 담당하는 이해당사자들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호 준법감시본부장은 "현재로선 하나은행과 예탁원과의 승소 가능성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이 사건 자체가 운용의 영역에서 발생한 문제가 크지만 이를 감시했어야 하는 하나은행과 자산명세를 입력해야하는 예탁원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이런 부분을 법원에서 현명하게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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