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집주인 우위시장
매매 앞서 자금소명 내역 요구하는 집주인도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뉴스1
압구정동에선 지난 4월 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되면서 매매거래가 까다로워졌다. 그러자 매도인이 “집을 사는 게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매수자에겐 집을 보여주지 않겠다”며 이같은 확인서를 받겠다고 한 것이다. 박 씨는 “현재 강남 부동산시장이 집주인 우위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현실은 더했다”고 씁쓸해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등 강남지역의 아파트 매수자들이 매물 구하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게 불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실수요자는 많고 매물이 적어 매도인 우위시장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강남 집주인이 매매거래에 앞서 매물을 보여주는 단계에서 미리 자금출처를 소명할 수 있다는 것을 증빙하는 서류를 요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26일 압구정동 인근 현대아파트 등 재건축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A공인 관계자는 “워낙 매물이 없고 앞으로 계속 값이 오른다는 전망이 많아서 그런지 집주인들이 쉽게 집을 보여주려하지 않는다”며 “집을 살 수 있을 만큼 돈이 있는 매수자에게만 매물을 공개하겠다는 집주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전경. /뉴스1
실제 개별 단지의 호가는 계속 상승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9차나 11차, 12차 등의 183㎡ 규모 매물의 호가는 최대 70억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동의 비슷한 층수의 아파트 매물이 지난해 말 52억원에 신고가 거래를 한 것과 비교하면 5개월새 호가가 18억원이나 폭등했다. 현대1·2차 아파트도 196㎡가 65억원에 매물이 나오면서 올 3월 매매가 64억원보다 호가가 1억원 비싸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통계 지표에서도 이 지역 아파트값은 계속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지난주 강남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0.13%로 거래허가구역 지정 직전인 지난달 26일(0.13%)과 동일하다. 압구정 T공인 대표는 “집주인들이 조급하지 않다”며 “팔 사람은 거래허가제 이전에 다 팔았고 지금 남은 매도인들은 앞으로 값이 더 오를테니 천천히 매매해도 된다는 태도”라고 전했다.
앞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지정된 대치·삼성·청담·잠실동 등 다른 강남지역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거래는 줄었지만 호가는 상승하면서 집값은 오히려 폭등하고 있다. 대치동 은마 전용 101㎡는 지난 4월 22억4500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찍었다. 작년 6월 평균 19억원에 거래됐던 것에 비해 3억원 이상 상승했다. 잠실동 우성1·2·3차 104㎡은 지난 4일 21억4000만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역시 신고가 거래다.
대치동 학원가 인근 Q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도 매물을 보려면 자금소명이 가능하다는 점을 미리 밝혀야한다”며 “거래가 쉽진 않지만 실수요자들은 더 오르기 전에 매수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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