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폭탄·수요 부진에 집값 '발목'
부동산 중개인들도 "매수 고민해보라" 말려
경남 사천에 있는 한 아파트 전경. 사진=네이버 거리뷰
올해 들어 전국 아파트값이 전반적으로 상승했지만, 유독 된서리를 맞은 곳이 있다. 인구 11만명 규모의 경남 사천시다. 사천시 집값이 내린 이유는 복합적이다.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호재가 부진한 가운데 아파트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생활권도 좋지 않아 인근에 있는 주변 도시로 인구가 꾸준히 유출되고 있다. 현지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들마저 일단 상황을 지켜본 후 집을 매매하라고 권할 정도다.
동림동에 있는 서성파라토피아 전용 84㎡도 지난 8월 7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올해 5월 손바뀜한 8900만원보다 1900만원이 내린 수준이다. 이 단지 같은 면적대는 2019년 1억원에 팔리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부진하다.
브랜드 아파트도 고전을 면치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용강동에 있는 사천서희스타힐스 전용 84㎡는 지난달 2억83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 올해 6월 2억9000만원까지 올랐던 가격은 2억6000만원선까지 내렸다가 최근 소폭 오른 모양새다.
또 다른 생활권인 사천시청 인근 용현면에 있는 덕산아내 전용 84㎡는 지난달 1억83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신고가인 1억8800만원보다도 500만원 싼 가격이다. 2019년 1억9500만원, 2018년 2억2000만원에 팔렸던 것을 감안하면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산업단지가 몰려 있는 정동면에 있는 사천꿈에그린 전용 80㎡는 이달 2억3500만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지난 8월 기록한 2억4500만원보다 1000만원 내린 수준이다. 이 단지는 2019년에도 2억4000만원에 손바뀜하기도 했는데 이를 고려하면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다.
사천시 벌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국 집값이 다 올랐다고 하는데 사천 집값은 아닌 것 같다”며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조정됐고, 신축 아파트도 분양가 수준에서 가격이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전경. 사진=뉴스1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오히려 인구수는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11만5452명에 달했던 사천시 인구는 10월 기준 11만108명까지 감소해 11만명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또 지난해 사천시에 전입한 인구는 1만5911명, 전출한 인구는 1만6277명으로 366명이 줄었고, 2019년 역시 총 전입 1만2992명, 총 전출 1만4496명으로 1504명이 사천시를 빠져나갔다.
사천시 용현면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들어가서 살 사람이 있고 찾는 사람이 많아야 가격이 오를 텐데 사천 내에는 공급 물량을 소화할만한 수요가 없었다"며 "작년 공급된 사천KCC스위첸 역시 입주 후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다가 최근에야 다 팔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주혁신도시 일대의 아파트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산업단지가 몰려 있는 사천시 유천리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이 일대에서 일하는 직장인들도 자녀 학군 등을 생각해 사천보다는 진주 등 생활권이 더 나은 곳에서 통근하는 경우가 있다"며 "굳이 아무 것도 없는 사천에 터를 잡고 살 이유가 없다"고 했다.
사천에 항공 관련 기업들이 몰려 있고 정부가 항공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인구 유입 효과 역시 미미하다는 설명도 있다. 사천시 사주리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사천이 항공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밀고 있지만 이에 따라 집값이 크게 오른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항공국가산업단지가 내년에 준공된다고 하는데 얼마나 수요가 늘어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투자까지 생각해 매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먼저 전세로 살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을 지켜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사천 집값은 올 들어 11월 둘째 주(8일)까지 연간 기준 0.38% 떨어졌다. 지난 5월 넷째 주(24일) -0.09%까지 내렸던 집값은 지난 9월 둘째 주(13일) 0.05%로 상승 반전한 이후 9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다만 0.10% 내외로 변동률이 출렁이고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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