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최우선'이라면서…인상 허용하면 물가안정 의지 퇴색
인상 수용하면 한전에 고강도 고통 분담 요구할 듯
윤석열 정부가 중시하는 시장 논리로 보면 전 세계적인 에너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전기요금도 인상하는 것이 맞지만 공공요금 인상을 용인할 경우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19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수용할지를 두고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한국전력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인 만큼 가격 인상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다만 공공요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 16일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인상 폭이 직전 분기 대비 kWh(킬로와트시)당 최대 ±3원인데 한전은 최대치인 3원 인상을 원하고 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뒤로 밀릴수록 부담이 커지고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 당·정 협의회' 이후 언론 브리핑에서 "물가 안정을 위해 그 부분(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할 순 있지만 그럴 경우 시장 기능이 왜곡되므로 정부에서 적절히 판단해서 (하되), 전기요금 인상은 지금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7조7천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기요금을 그대로 두면 올해 연간 적자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전기를 생산하는 원가인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최종가격을 그대로 두면 적자는 불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결국 누군가는 그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인상 시기는 지금이라는 논리의 배경이다.
정부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최근 2.2%에서 4.7%로 끌어올릴 만큼 급박한 상황에서 각종 상품과 서비스의 원가격인 전기요금 인상을 용인할 경우 물가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을 올리면 물가 안정을 민생경제의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는 정부의 국정목표가 의심받게 된다.
시장 경제체제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공공요금마저 관리하지 못하면서 민간에 물가 인상을 자제하라고 요구할 명분도 약해지게 된다.
한전의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도 상당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한전의 올해 적자가 20조∼30조원에 달할 수 있다.
대책이 있냐'는 질의에 "한전이 10조원 이상 흑자를 낼 때는 뭐 했느냐"고 날을 세운 바 있다.
많은 이익을 낼 때 경영 여건이 나빠질 때를 대비하지 않고 적자가 나면 요금 인상으로 손쉬운 대응을 한다는 문제 제기다.
기재부와 산업부가 함께 살펴보고 논의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누적되는 적자 상황을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을 용인할 경우 한전 역시 국민 부담이 커지는데 상응하는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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