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기준 선도아파트50지수는 9월보다 1.75% 하락한 97.58로 집계됐다. 선도아파트50지수란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전국 상위 50개 아파트 단지의 시세만 따로 모아 지수화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이 지수는 97.7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50개 아파트 단지 시세가 1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선도아파트50지수는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 지수가 이처럼 오랜 기간 하락한 것은 2018년 말 이후 약 3년반 만이다. 또한 1.75%의 하락폭은 KB부동산이 해당 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큰 내림세다.
눈에 띄는 점은 소위 상위시장에 속하는 이들 아파트 하락세가 평균적인 아파트 단지 하락세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같은 통계를 기준으로 최근 4개월간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27%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선도아파트50지수는 3.55% 하락했다. 평단가가 높고 가구수가 많은 대단지일수록 오히려 하락폭이 더 컸다는 뜻이다.
시가총액 34위 단지인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 역시 전용 84㎡가 지난달 23일 11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엔 15억4000만원까지 거래된 바 있다. 고점 대비 3억5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도 지난달 27일 전용 84㎡가 지난해 고점 대비 3억원 하락한 29억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하락기 대장주 아파트 가격의 하락폭이 큰 것은 단지 규모에 따른 영향이 크다. 대단지일수록 매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가격 하락기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더 많이 하락한다"며 "물량이 많기 때문에 하한가가 또 다른 하한가를 부르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단지가 몰려 있는 지역은 최근 매도자들 호가가 1000만~2000만원 단위로 촘촘히 분포돼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단지 아파트들 하락폭이 큰 것은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거래가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소형 단지, 나 홀로 아파트의 경우 수요 자체가 거의 없어 급매가 나와도 거래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시세 형성 자체가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중소 규모 단지는 거래 자체가 없어 통계상 하락이 덜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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