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P-CBO ‘문전성시’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롯데·효성·무림그룹 계열사들은 8~10월 신용보증기금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P-CBO는 신보 등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와 대출채권에 보증을 제공해 발행하는 증권이다. 중소기업이나 자금 사정이 열악한 기업이 즐겨 쓰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돈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던 대기업들이 P-CBO 발행에 나선 것은 그만큼 자금시장이 팍팍하다는 의미다.효성화학(1000억원)을 비롯해 코리아세븐(900억원) 대우건설(800억원) 여천NCC(700억원) 풀무원식품(700억원) 휴비스(500억원) 롯데건설(300억원) 등은 8월 26일 P-CBO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달 30일엔 효성중공업(700억원) SK에코플랜트(600억원) 다우데이타(500억원) 대우건설(200억원) 코리아세븐(100억원) 등이 P-CBO로 자금을 마련했다.
오는 27일에는 무림페이퍼(500억원) 코스맥스(200억원) 한신공영(150억원) 등이 P-CBO로 자금을 확충한다. LG그룹 농업화학 계열사인 팜한농, 코오롱인더스트리도 P-CBO를 통한 자금조달을 검토하고 있다.롯데그룹 계열사들도 이달 들어 외부 자금조달이 쉽지 않았다. 롯데건설은 지난 20일 단기차입금 상환 등을 위해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을 긴급 조달한 데 이어 다음달 18일에는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 레고랜드발(發) 후폭풍이 롯데를 비롯해 대기업에 ‘돈맥경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부문 임원은 “지난주 자금시장은 아주 긴박하게 돌아갔다”며 “롯데처럼 재무구조가 우수한 기업마저 자금줄이 꼬였다면 다른 회사들은 오죽했겠느냐”고 말했다.
‘530조원 단기차입금’에 떠는 기업들
정부는 자금시장이 냉각되자 기존 시장안정 조치에 더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23일 발표했다. 하지만 자금시장을 둘러싼 기업의 여건은 좋지 않다. 6월 말 기준 비금융기업의 단기차입금은 532조5193억원에 달했다. 시장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차입금 차환(재조달)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3년 만기 ‘BBB-’ 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는 연 11%대로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의 대체 자금조달 통로로 부상한 은행 대출 금리는 나날이 치솟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8월 전체 기업대출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4.46%로, 전달보다 0.34%포인트 상승했다. 2014년 7월(연 4.54%) 후 8년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달에는 연 5%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업들의 벌이도 시원찮다.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 접어든 가운데 ‘어닝 쇼크’를 발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8조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9% 적었다. 포스코홀딩스도 3분기 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컨센서스(1조4763억원)를 39.0% 밑돌았다. 국도화학은 컨센서스(480억원)에 비해 무려 72.85% 저조한 130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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