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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재용 “자신 없으세요?” 물음에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 '유지'로 선회 - 한겨레

1월 말 워크숍 때 ‘투자축소’에서 유지로
선대 회장의 2001년 ‘결단’과 유사 상황
“사업지원TF 아닌 사업부서에 힘 실어줘” 평가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네번째)이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네번째)이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자신 없으세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이 물음이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투자 규모를 유지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삼성전자는 예상보다 악화된 반도체 시장 상황을 이유로 투자 축소와 감산 계획을 보고했지만, 회장이 던진 이 질문으로 뒤집혔다.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이재용 회장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에스(DS)부문 사장단은 워크숍을 갖고 50조원대의 올 투자 규모를 결정했다.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1월31일 기업설명회(IR)에 앞서 열린 워크숍에서 올해 투자 규모를 확정한 셈이다. 당시 워크숍에는 이 회장과 경계현 디에스부문장(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사장단은 투자 규모 축소와 감산 계획 등을 보고했다. 경계현 사장은 지난해 9월 기자들과 만나 “투자를 경기 변화에 의존하기보다 꾸준하게 하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엔 2023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투자를 2022년(53조원)보다 많은 60조원을 계획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는 등 예상보다 악화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를 축소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 컨센서스가 지난해 8월 50조원가량에서 11월에는 34조원가량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1월에는 22조원가량으로 낮아진데 이어 이 달엔 17조원으로 더 쪼그라들었다. 반도체부문만 떼놓고 보면, 1분기에 4조1천억원의 영업적자(대신증권)가 예상되는 등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감산과 투자 축소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한때 나왔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이 나서 투자 유지로 뒤집었다. 고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 산업을 ‘타이밍 산업’이라고 정의했다. 실적에 맞춘 투자가 아닌 적절한 시기에 집중 투자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2001년 반도체 디(D)램 가격이 1년 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극심한 불황 시기에도 12인치 웨이퍼 생산을 위해 수조원대의 투자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재용 회장은 당시와 비슷한 반도체 불황 시기에 투자를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경쟁업체와의 메모리반도체 경쟁력 격차가 줄어든 상황에서 기존 수준대로 가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으로 반도체 장비와 인건비 등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해도 실제 투자액은 줄어드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재용 회장의 이번 판단은 재무 중심의 사업지원티에프(TF)보다 사업부문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또다른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는 늘 이 회장의 결심에 달렸다”면서도 “사업부문이 사업지원티에프와 논의해 결정한 내용이 뒤집힌 셈이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현호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티에프가 현금 흐름성과 재무 상황 등을 따져 각 사업부문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는데, 이번엔 이재용 회장이 사업부문에 힘을 실어주면서 다른 상황이 연출된 모습이라는 것이다. 자금 조달은 외부 차입 대신 내부 자금을 쓰는 쪽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빌린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의 투자 유지 결정은 정부의 세액공제 확대와 기업 투자 확대 사이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여당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쪽 시설투자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현행 8%에서 15%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기업의 투자 심리 회복”을 이유로 내세웠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기업에 세금을 줄여주는 것과 투자와의 상관 관계는 학계에서 여전히 논란이다. 뚜렷한 상관 관계가 입증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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