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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EC도 문제삼은 '가스공사 미수금'…소액주주들도 분통 - 한겨레

가스공사 미수금 회계처리 10년 넘게 방치
재무제표 이익 났지만 실제론 대규모 손실
무배당에 소액주주들 반발…“기형적 제도 바꿔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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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시장을 감독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0여 년 전 한국전력공사에 질의를 보냈다. 한전은 1994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예탁증서(DR)가 미국 현지 시장에서 거래된다. 에스이시가 문제 삼은 건, 한전이 2대 주주인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다. 가스공사 순이익은 한전이 보유한 지분율 만큼 한전의 ‘영업 외 이익’(지분법 이익)으로 반영되는데, 가스공사의 독특한 미수금 회계 처리 방식이 적정한지 의구심을 품은 것이다. 당시엔 문제없이 넘어갔지만, 가스공사 미수금이 뒤늦게 후폭풍을 낳고 있다. 공사 주식에 투자한 국내 소액주주들까지 “미수금 회계 처리는 위법”이라며 부글부글 끓고 있어서다. 정부가 공사의 회계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27일 가스공사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01% 급락한 1주당 2만8700원에 마감했다. 지난 1월2일(-8.15%)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주가가 주저앉은 건, 앞서 지난 14일 공사가 지난해 잠정 영업실적을 발표하며 “올해는 주주 배당을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의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2조4634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4970억원으로 1년 전에 견줘 각각 99%, 55% 급증했다. 그러나 공사가 올해 무배당을 결정한 이유는, 이는 숫자로만 존재하는 ‘장부상 이익’에 불과해서다.
이런 실적 착시 효과가 생긴 게 바로 미수금 탓이다. 가스공사는 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해 국내 도시가스 사업자와 발전회사에 공급한다. 만약 공사가 가스를 외부에서 사 온 금액보다 싸게 팔아 적자가 생기면 이를 ‘미수금 자산’(기타 자산)으로 분류해 놓고 향후 가스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한다. 이 미수금이 국제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공공요금 인상 제약 등으로 지난해 말 주택용(민수용) 기준 8조6천억원까지 불어났다. 가스 거래에서 사실상 막대한 손실을 입고도 이를 비용으로 반영하지 않는 까닭에 재무제표 상으로만 흑자를 기록했다는 이야기다. 그간 가스공사는 연간 장부상 순이익의 최대 41%를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올해는 가스요금 인상으로 국민 부담이 커진 가운데, 공사의 1·2대 주주인 정부와 한전은 정작 배당금을 챙긴다는 여론 비판을 고려해 기획재정부 배당 협의체에서 배당 보류를 결정했다. 올해 배당을 못 받게 된 소액 주주들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고 공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주주 대표 소송)까지 벼르고 있다. 미수금 회계 처리 방식이 위법이라며 공사가 나서서 가스를 공급받은 업체들로부터 못 받은 돈을 받아내라는 이야기다. 가스공사 소액 주주 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6만5979명으로 공사 주식 3분의 1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민원이 공사로 넘어오면 잘 준비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가스요금 인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는 미수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미수금이 가스공사의 재무제표엔 자산으로 반영돼 있지만, 공사로부터 가스를 공급받은 업체들은 이를 부채로 잡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자만 있고 정작 돈 갚을 채무자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이는 미수금이 공공기관의 자체 회계 기준에만 있는 예외적인 규정이어서다. 가스공사의 미수금 회계 처리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부담이 컸던 금융위기 당시 도입됐다.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늦추기 위해 일반적인 기업 회계 기준과는 크게 동떨어진 미수금 회계 처리를 사실상 방치해 왔다. 공기업 회계 처리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금껏 미수금 제도 덕분에 가스공사는 요금을 올리지 않아도 회계상 흑자가 발생해 경영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고, 정부와 주주들도 배당을 받아 갈 수 있었다”며 “이런 기형적인 제도를 10년 넘게 내버려 두다 보니 결국 미수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문제가 더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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