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판 챗GPT’ 서비스 개발 지원에 나선다. 2026년 로봇 배송, 2027년 드론 배송 상용화도 추진하고 ‘30분 배송 시대’를 열기 위해 그간 금지됐던 도심 내 소형물류센터(MFC) 입점도 허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2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도별 신성장 4.0 전략 로드맵’ 등을 발표했다. 신산업 육성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신성장 4.0 전략은 민간의 재원과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다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민간 투자 유치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대책도 새롭다기보다는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우선 정부는 인공지능(AI) 분야 제도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챗GPT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적절히 통제되지 않을 경우 저작권 문제를 양산할 수 있는 만큼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챗GPT가 오용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법적·윤리적 문제를 바로잡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4월부터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하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6월에는 AI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한 ‘전 국민 AI 일상화 프로젝트’도 발표하기로 했다. 민간 AI 기업과 병원이 함께하는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의료 AI 소프트웨어 개발과 도입도 확대한다.
반도체·2차전지 등 핵심 산업의 국내 투자도 적극 유치하기로 했다. 미중 기술 패권 전쟁 등으로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비례해서 커지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반도체 산단을 만들고 2차전지 분야도 차세대 생산 라인을 국내에 구축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3월에는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전략과 주력 기술(반도체·2차전지·디스플레이) 초격차 연구개발(R&D) 전략도 발표하기로 했다.새벽배송을 넘어 30분 배송 시대를 열기 위한 스마트 물류 인프라 구축 방안도 내놓았다. 로봇·드론 배송을 조기에 상용화하기 위해 민간 기술 개발과 실증을 지원하고 물류 전용 테스트베드를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국토교통부는 올해부터 아파트 단지 등 실제 배송지를 대상으로 실증 사업을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아파트 내 배송 로봇 ‘딜리타워’, LG의 실내외 통합 배송 로봇 ‘클로이캐리봇’, 현대차의 계단 등 장애물 극복 배송 로봇 ‘M2’ 등이 대상이다.
아울러 AI를 기반으로 초단시간 배송이 가능하도록 도심 내 MFC 건립도 허용한다. 주문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를 관리해 주문 즉시 배송할 수 있는 ‘스마트 창고’인 MFC는 현행법상 창고 시설로 돼 있어 도심 내 설치할 수 없다. 정부는 이에 물류시설법과 건축법 시행령을 바꿔 2종 근린생활시설 내 500㎡ 이하 MFC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외에도 우주항공·도심항공모빌리티(UAM)·양자컴퓨터 등의 분야에서 신성장 4.0 전략 추진 대책을 연내 30개 이상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상반기에만 관련 대책을 20개 이상 마련해 세부 과제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 연말 발표된 신성장 4.0 전략은 한국의 성장 경로를 발전시켜 미래 산업 중심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3대 분야(미래기술·디지털·초격차)에서 15대 프로젝트를 설정해 민간 주도 성장을 유도한다. 기존 그린뉴딜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재원이다. 정부의 재원을 집중 투입했던 그린뉴딜과 달리 신성장 4.0 전략에서는 민간 재원이 근간이다. 대신 정부는 기술표준 선점, 제도 정비 등 투자 애로 해소 등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다만 민간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올해 1%대 경제성장률이 예정돼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주항공 분야 육성 등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는데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정부가 풀 수 있는 재정이 많지 않다.
신산업 분야에서 정부 역할이 필요함에도 과도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이미 정해진 프로젝트에 민간 기업이 이름만 올리는 식이라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유로운 민간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신산업 분야에서 지나치게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정해 놓는 등 정부의 입김이 너무 센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민간 전문가와 관계 부처 국장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매니저를 맡는다는 것 자체가 정부 주도 정책이라는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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