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업체 등 창업했다가 거듭 실패
있는 돈 털어 수습…한때 8억 빚
사진관·식당 알바 하며 '절치부심'
"수익모델 없는 사업 않겠다"
아자르 출시 3년만에 1억명 모아
'준비없는 창업' 실패가 밑거름 돼

하이퍼커넥트는 매치그룹에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10일 발표했다. 2014년 설립된 하이퍼커넥트는 아자르를 비롯해 하쿠나라이브 등 데이트 영상 채팅 앱을 세계 210여 개국에서 서비스하는 토종 벤처기업이다. 아자르(행운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는 유럽 중동 인도 등 10개국에서 커뮤니케이션 앱 다운로드 1위(구글플레이 기준)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매치그룹은 하이퍼커넥트의 글로벌 확장성, 대규모 동시 접속 처리능력 등 탄탄한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퍼커넥트 관계자는 “매치그룹의 네트워크와 마케팅을 토대로 북미지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상일 대표와 용현택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기존 인력이 그대로 하이퍼커넥트 경영과 글로벌 시장 전략을 책임진다. 안 대표와 용 CTO 등 주요 주주와 알토스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일부 투자사는 또 다른 ‘대박 신화’를 쓰게 됐다.
안 대표는 2002년 첫 창업에 나섰다. 정보기술(IT) 분야 컨설팅 업무를 다루는 회사였다. 하지만 당시 IT 솔루션업체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큰 손실을 봤다. 첫 창업부터 고난의 시작이었다. 식당 아르바이트와 IT 컨설팅 등으로 용돈을 벌면서 2007년 다시 창업에 도전했다. 레비서치라는 인터넷 검색업체다. 일명 ‘신뢰도 추정 알고리즘’이라는 기술을 앞세웠다. 개개인의 평판을 모아 편차를 최소화한 뒤 수치로 표시하는 기술이다. 서울대 전체 시스템에서 레비서치의 검색 기술을 사용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법인을 세워 국내보다 미국에서 먼저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업계의 관심을 끌면서 투자까지 받았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투자는 끊겼고 제품은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모든 재산을 털어 30여 명 직원의 마지막 월급과 회사 미지급금을 해결했다. 8억원대의 빚도 생겼다. 그래도 다시 일어섰다. 온라인 커뮤니티업체, 사진 스튜디오 등을 운영하면서 재도전 기회를 기다렸다.
2013년 대학 동기인 정강식 전 이사, 병역특례업체 동기인 용현택 이사 등과 하이퍼커넥트를 창업했다. 이때 만든 게 ‘아자르’다. 아자르는 출시 1년여 만에 사용자 1000만 명, 3년 만에 1억 명을 모으는 등 잠재력을 터뜨렸다. 창업 멤버 3인이 보유한 회사 지분은 60%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번 매각으로 1조2000억원 이상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일부 임직원은 최대 340배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하이퍼커넥트는 임직원에게 2015년부터 일곱 차례에 걸쳐 총 172만6500주의 스톡옵션을 줬다.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500원~3만9800원이다. 약 1400억원 어치다. 하이퍼커넥트는 매치그룹에 주당 17만원 선에서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추산된다.
안 대표는 과거 사업 실패가 성공의 토양이 됐다고 한다. ‘수익 모델이 없는 서비스는 하지 않겠다’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창업 아이템들이 성공 가능성은 높았지만 돈을 벌 수 없어 오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아자르는 출시 첫해부터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또 ‘비전이 좋아도 제품을 내놓지 못하면 소용없다’ ‘서비스는 소비자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는 사실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하이퍼커넥트의 성장은 기술 혁신으로 이끌었다. 인공지능(AI) 적용 이미지, 영상 분석 등 첨단기술을 신속하게 아자르에 활용했다. 하이퍼커넥트가 개발한 자체 음성 인식, 이미지 분석 기술은 ‘음성신호처리학회(Interspeech)’ ‘컴퓨터 비전 국제학회(CVPR)’ 등 세계 최고 권위의 AI 학회에서 인정받았다.
김주완/구민기/황정환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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