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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화성 탐사로버, 착륙 성공...첫 흙 수집 나선다 - 한겨레

나사 퍼시비어런스, `공포의 7분' 딛고 안착
삼각주 평원서 고대 생명체 흔적 찾기 활동
“그림처럼 완벽한 착륙”…사진 2장 보내와
퍼시비어런스가 착륙 직후 보내온 두 장의 사진. 왼쪽이 첫번째로 보낸 사진으로, 퍼시비어런스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오른쪽은 후방에 설치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다. 나사 제공
퍼시비어런스가 착륙 직후 보내온 두 장의 사진. 왼쪽이 첫번째로 보낸 사진으로, 퍼시비어런스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오른쪽은 후방에 설치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다. 나사 제공
인류 최초의 화성 표본 수집 우주선이 화성에 도착했다. 화성 흙을 담아 지구로 가져오는 ‘10년 릴레이 우주 대장정’의 첫 주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버(로봇 탐사차량) 퍼시비어런스(인내라는 뜻)가 18일 오후 3시55분(현지시각, 한국시각 19일 오전 5시55분) 화성 북반구 예제로(Jezero) 충돌구에 안착했다. 지난해 7월30일 지구를 출발한 지 6개월 반만이다. 누적 비행거리는 4억7천만km였다. 이로써 아랍에미리트의 아말, 중국의 톈원1호를 포함해 3대의 화성 탐사선이 모두 예정대로 이달 중 화성에 도착했다. 나사 퍼시비어런스 프로젝트팀은 트위터를 통해 “그림처럼 완벽한 착륙이었다”며 퍼시비어런스가 착륙 직후 보내온 사진을 공개했다. 퍼시비어런스는 앞과 뒤에 장착한 카메라로 찍은 화성 표면 사진 2장을 보내왔다.
18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의 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직원들이 퍼시비어런스의 착륙 소식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나사 제공
18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의 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직원들이 퍼시비어런스의 착륙 소식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나사 제공
무게 1050㎏에 길이 3m, 높이 2.2m인 6륜 탐사차량 ‘퍼시비어런스’는 미국의 15번째 화성 탐사선이자 5번째 탐사 로버다. 9년째 활동 중인 큐리오시티와 같은 구조인 퍼시비어런스의 임무는 크게 두 가지다. 과거의 생명체 흔적을 찾고, 사상 처음 화성 토양 표본을 수집하는 일이다.
퍼시비어런스 착륙 장면(상상도). 나사 제공
퍼시비어런스 착륙 장면(상상도). 나사 제공
대기 밀도가 지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한 화성에 착륙하는 과정은 `공포의 7분'으로 불린다. 우주선의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대기 마찰력이 적어 지상 충돌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도 퍼시비어런스는 열 차폐막을 앞세워 1300도의 고온을 견디며 단 몇분 안에 속도를 시속 2만㎞에서 걸음 속도까지 줄여야 했다. 이를 위해 낙하산과 역추진 엔진, 스카이크레인이 동원됐다. 나사는 또 안전한 착륙을 위해 이번에 새로운 기술을 추가했다. 하강 도중 지표면 사진을 수시로 찍어 분석한 뒤 필요하면 착륙지를 600미터 범위 내에서 곧바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공포의 7분’ 전개 과정
‘공포의 7분’ 전개 과정
대기 진입, 하강, 착륙 3단계로 이어진 `공포의 7분'은 태양전지판을 떼낸 하강선(스카이크레인)이 오후 8시48분 대기에 진입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분여 동안 고속 고온을 견뎌낸 하강선은 4 분 후 11km 상공에서 낙하산을 펼치고 속도를 시속 1500km로 줄였다. 2분 후 2.1km 상공에 이르러선 후방 열 차폐막도 떼냈다. 이때부터 역추진 엔진으로 감속에 들어가, 속도를 시속 2.7km까지 줄였다. 하강선은 고도 20m 지점에서 나일론선 3개(길이 7.6m)로 연결돼 있는 로버를 내려뜨렸다. 하강선은 10여초 후 로버의 착지를 확인한 뒤 연결선을 끊고, 안전 거리까지 날아갔다. 퍼시비어런스의 착륙시 속도는 시속 2.5km였다. 이 모든 과정은 내장된 자동 제어 시스템으로 진행됐다. 화성과 지구 사이의 교신에는 22분이 걸려 지구 관제소에서 실시간 제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타원으로 둘러처진 곳이 착륙지다. 삼각주 모양이 선명하다. 나사 제공/네이처에서 인용
타원으로 둘러처진 곳이 착륙지다. 삼각주 모양이 선명하다. 나사 제공/네이처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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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 흔적 발견에 어느때보다 기대 높아
화성 생명체 흔적 발견과 관련해, 나사는 이번 탐사에 그 어느때보다 큰 기대를 하고 있다. 퍼시비어런스가 활동하게 될 예제로(호수라는 뜻의 슬라브어) 충돌구 주변의 특성 때문이다. 예제로는 적도 위 이시디스 평원 북서쪽 끝에 있는 폭 45km의 충돌 분지다. 과학자들은 39억년 전 대형 운석이 떨어지면서 형성된 충돌 분지로 추정한다. 이곳에는 41억~37억년 전 화산 활동으로 인한 열과 먼지, 가스 분출로 구름이 형성되고 비가 내리면서 생긴 강의 퇴적물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삼각주 평원이 있다. 과학자들은 동쪽 방향으로 부채꼴 모양을 하고 있는 이 삼각주에 생명체의 흔적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당시 강이 흘렀다면 삼각주는 유기물질의 총 집결지였을 것이다. 사실 나사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이곳의 탐사를 갈망해 왔다. 하지만 울퉁불퉁하고 험한 곳이어서 착륙시 위험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그동안 탐사선을 이곳에 보내지 못했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이번에 숙원을 푼 셈이다.
퍼시비어런스의 향후 이동 경로. 나사 제공
퍼시비어런스의 향후 이동 경로. 나사 제공
과학자들이 생명체 흔적을 기대하는 또 한 곳은 인근 호숫가다. 과학자들은 화성 사진을 근거로 예제로 가장자리를 따라 나 있는 고대 호숫가에, 바위처럼 굳어진 탄산염 덩어리들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에 있는 고대 탄산염 암석에는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이름의 화석화된 박테리아 같은 생명체의 증거가 있다. 생명체 찾기에서는 퍼시비어런스에 장착된 7개의 과학장비 중 셜록(SHERLOC)과 픽슬(PIXL)이 중심 역할을 맡는다. 셜록은 자외선 레이저로 유기물질을 찾아내고, 픽슬은 암석과 토양의 구성 성분을 분석한다.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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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화성 표본 수집…2031년 후속 우주선이 지구로
퍼시비어런스의 초기 활동기간은 1년(화성일 기준, 지구일 687일)으로 설정돼 있다. 퍼시비어런스는 이 기간 동안 시속 152m의 속도로 이 일대를 돌아다니며, 원통형 금속용기에 화성의 흙과 돌을 수집해 담는다. 시스템 점검과 시운전이 끝나는 5월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한다. 표본 수집 용기는 모두 43개다. 하지만 5개는 빈 상태로 놔둔다. 나중에 지구로 가져왔을 때 표본이 담긴 용기에 순전히 화성 물질만 있는지 비교하기 위해서다. 수집할 암석을 찾으면 로봇팔(길이 2.1m)을 뻗어 드릴로 작은 손전등 크기(길이 6cm, 너비 1.3cm)의 구멍을 뚫고, 이때 나오는 시료를 용기에 담는다. 용기 하나에 15g까지 담을 수 있다. 원통형 용기의 길이는 15cm, 소재는 티타늄이다. 햇빛에 의한 변질을 막기 위해 빛반사율이 좋은 흰색으로 코팅돼 있다. 일단 용기 20개를 채우면 먼저 땅에 묻어 보관한다. 나사는 2020년대 후반 다른 우주선을 보내 표본을 수거한 뒤 2031년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나사와 유럽우주국은 2026년 잇따라 화성에 두 대의 탐사선을 보내기로 했다. 나사는 표본 수거 착륙선(SRL)을, 유럽우주국은 지구 귀환 궤도선(ERO)을 맡기로 했다. 두 우주선은 2028년 여름 화성 표면과 궤도에 도착한다.
화성 헬리콥터 인지뉴이티.
화성 헬리콥터 인지뉴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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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띄우고 화성 공기로 산소 발생 시험
퍼시비어런스는 화성에서 두 가지 특별한 시험도 한다. 하나는 비행 시험이다. 퍼시비어런스의 배 밑에는 무게 1.8kg에 날개 길이 1.2m, 높이 50cm인 소형 헬리콥터 `인지뉴이티'(Ingenuity, 창의성)가 매달려 있다. 나사는 퍼시비어런스를 평평한 지역으로 이동시킨 뒤 비행 시험을 실시한다. 3월 중순 이후 30일 동안 5번 시도한다. 비행 시험은 날개 2개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1분당 2400번 회전시켜 양력을 만들어 띄우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동력은 태양전지다. 90초 동안 5미터 위로 날아 150미터를 왕복비행하는 게 목표다. 성공할 경우 인지뉴이티는 지구가 아닌 곳에서 인류가 띄운 최초의 동력 비행체가 된다. 이는 향후 다른 천체에서 드론 탐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나사는 기대한다. 인지뉴이티 운영 책임자인 팀 캔햄은 "공기 역학이 화성에서도 작동한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산소 발생 시험이다. 화성 대기의 95%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산소를 만드는 시험이다. 목시(MOXIE)라는 장비로 화성 대기를 흡입한 뒤 먼지와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미래 유인 화성 탐사에 대비한 중요한 시험이다. 다른 계절과 시간대를 택해 1시간 동안 6~10g의 산소를 생성하는 실험을 10여차례 실시한다.
미국의 역대 화성 탐사선 착륙지. 네이처에서 인용
미국의 역대 화성 탐사선 착륙지. 네이처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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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8조원 합작 프로젝트
퍼시비어런스에는 이밖에 지표면 레이더(림팩스), 기상 관측 장비(메다), 고해상도 카메라 2대(슈퍼캠과 마스트캠Z)를 포함한 23대의 카메라, 마이크 2대도 있다. 마이크 2대 중 하나는 착륙시스템에, 다른 하나는 카메라에 있다. 착륙시스템의 마이크는 착륙과정을 녹음한다. 카메라의 마이크는 로버의 이상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나사가 `마스 2020'에 투입한 예산은 27억달러(3조2천억원)다. 나사와 유럽우주국은 앞으로 화성 표본 수집-귀환 프로젝트를 마치는 데까지 대략 70억달러(8조5천억원)가 들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화성 땅에서는 미국의 착륙선 인사이트와 로버 큐리오시티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제 퍼시비어런스까지 합쳐 3대가 활동하게 됐다. 퍼시비어런스의 합류로 화성 탐사선은 궤도선 8대(미국 3, 유럽 2, 인도 1, 아랍에미리트 1, 중국 1), 착륙선 1대(미국), 로버 2대(미국)로 늘어났다. 5월에는 중국의 톈원 1호(착륙선과 로버)가 지상으로 내려와 합류할 예정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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