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폭(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인사평가
'같이 일하기 싫음'…피드백 없이 '판정'만
카카오 /사진=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30대 카카오 직원 A씨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고백했다. 그는 2019년 한 상사에 대한 상향평가를 진행했는데, 그 내용이 해당 상사에게 그대로 전달됐다고 했다. 이후 상사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호소했다.
그는 "해당 상사가 회의에서 배제하고 티타임에 부르지 않거나 동료들에게 험담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왕따'를 시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극단적 생각이 자꾸 떠오르고 수차례 자해를 했으며 정신과에서 중증 우울증과 불면증 판정을 받아 1년 가까이 상담 및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지난 17일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직원이 '유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는 내용의 이 글은 현재 원문이 삭제된 상태다.
지난 17일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글쓴이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내용의 '유서'를 적었다. /블라인드 캡쳐
지난 18일에도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네티즌이 '카카오의 인사평가는 살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다면평가를 하나 조직장은 참고만 할 뿐 본인이 원하는 대로 평가 결과를 산정할 수 있다"며 "조직장 눈 밖에 나면 그 순간부터 지옥이 시작된다"고 했다.
카카오 측은 "상황을 파악한 결과 극단적 선택을 한 직원은 없었고 이후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며 "상향 평가 제도는 임직원들이 원해서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료평가에서는 △이 사람과 다시 함께 일하고 싶나요(함께 일하기 싫음, 상관 없음, 함께 일하고 싶음 중 택 1) △이 사람의 역량은 충분한가요(1~5점) 등을 묻는다. 이 평가문항은 2016년부터 도입돼 2019년부터 대상자에게 공개하기 시작됐다.
일부 직원들은 소위 ‘유서’ 사건을 바라보는 회사의 시각에 문제를 제기한다. 기술 직군에 종사중인 한 20대 카카오 직원 B씨는 “회사가 단순히 ‘직장 내 괴롭힘’ 문제라고만 파악해 인사평가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생사 확인’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인사평가가 아니라 인기평가”라며 “문항 자체는 있을 수 있지만 왜 이 사람과 일하기 싫은지와 관련된 이유를 수집하지 않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조직장들도 이게 개인간의 감정 다툼인지, 아니면 업무상의 갈등인지 파악하기 어려워 조직 운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당한 평가방식으로 불이익을 겪는 것 또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다 경제적인 부분까지 의존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괴롭힘보다 후유증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최다은/김남영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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