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고시간2021-02-22 14:55
'허리 아프다' 포스코 최정우에 "염좌 진단서는 보험사기꾼이 낸다"
현대重 한영석 '노동자 불안전 탓' 발언에 의원들 "청문회 왜 하냐"
(서울=연합뉴스) 강민경 기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2일 포스코·GS건설 등 기업 대표들을 불러다 놓고 사상 첫 '산업재해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는 건설·택배·제조업 분야에서 최근 2년간 산재가 자주 발생한 9개 기업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정감사를 제외하고 대기업 대표가 국회 증인으로 출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보수 성향 야당인 국민의힘이 산재 청문회 개최를 주도한 상황도 이례적이다.
이날 바짝 긴장한 채 청문회장에 나온 9개 기업 대표는 재차 고개를 숙이며 산재 사고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청문회 초반 여야 의원들의 질의는 허리인 요추부 염좌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던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겸 회장에게 집중됐다.
첫 질의자로 나선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회장님, 허리는 좀 괜찮으십니까?"라고 물은 뒤 "염좌상은 주로 보험사기꾼이 제출하는 것이다. 염좌상 진단서를 내라고 한 사람은 증인의 친구라기보다는 적"이라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허리가 아파도 그렇게 힘든데, 롤러에 압착돼 죽으면 얼마나 괴롭겠느냐"며 노동자 산재 사망 관련 질의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간사로 청문회 개최를 주도했던 임의자 의원도 "손톱 밑에 가시만 들어가도 아프다고 아우성치는데, 사망한 노동자들 보면 목이 메어서 말이 안 나온다"며 "이들에게 정중히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통을 쳤다.
최 회장은 "제 생각이 짧았다. 죄송하다. 안전한 현장을 만들겠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은 "포스코 노동자와 국민의 분노를 보면 회장님의 지난 3년은 실패한 3년이라고 평가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잠시 침묵하던 최 회장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만 답했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를 향한 질책도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무소속 박덕흠 의원의 산재 질의에 한 대표가 노동자 탓을 하는 듯한 답변을 내놓으면서다.
이에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 때문에 산재가 발생한다면 우리가 이런 청문회를 왜 하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수진 의원도 "작업자들이 지침을 지키지 않는다는 식의 말씀을 하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피해 가지 못하실 것 같다"고 경고했다.
성토가 이어지자 한 대표는 "불안전한 작업이 안 일어날 수 있도록 작업 표준을 바꾸고, 비정형화돼 있는 작업을 정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 숙였다.
외국인인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를 향한 질의도 나왔다.
경북 칠곡 물류센터 근무 후 숨진 고(故) 장덕준 씨와 관련해서다.
네이든 대표는 동시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저 역시 고인과 나이가 같은 딸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인의 부모님께서 얼마나 깊은 상처를 느끼셨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한국 기업의 대표는 한국어도 하셔야 한다"고 지나가는 말로 꼬집기도 했다.
km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2/22 14:5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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