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청년층이 지난해 다른 세대에 비해 빚을 더 늘린 것은 다른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30대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은 262.2%로 전년 대비 23.9%포인트 치솟았다. 20대의 LTI는 147.8%로 23.8%포인트 증가했다. 전체 연령층의 LTI 증가폭(11.6%포인트)을 크게 웃돈다.
빚을 낸 대가는 커져만 가고 있다. 국내 금리의 기준격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8월 연 0.8%를 밑돌다가 최근엔 연 1.1%대로 상승했다. 암호화폐 투자로 손실에 빠진 청년층은 최근 대거 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4월 14일 개당 8148만원까지 올랐다가 21일 4900만원 수준으로 40%가량 추락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암호화폐 시장은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는데 많은 청년이 빚을 내 투자해 신용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빚폭탄' 안고 잠 못드는 2030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와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비트코인 값이 급락한 이달 19일부터 손실 인증글이 쏟아졌다.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수천만원의 신용대출을 내서 암호화폐를 사들인 젊은 층이 고통을 쏟아내고 있다. ‘암호화폐 대장’인 비트코인 값이 폭락하자 1년 연봉을 은행에 갖다 바치게 됐다는 하소연도 올라왔다. 수억원대 손실을 봤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으며 한 유명 암호화폐 투자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30억~40억원대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440조원 빚더미를 바탕으로 암호화폐 등을 사들인 2030세대의 신용 위험도 그만큼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장금리도 오름세를 이어가는 만큼 청년층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은 최근 출렁거림의 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4200만원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이 흔들리면서 이 시장의 ‘큰손’인 2030세대가 휘청거리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2월 암호화폐 앱 이용자(MAU)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은 59%에 달했다. 2030세대의 뭉칫돈이 몰리면서 암호화폐 거래금액도 천문학적으로 불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으로 암호화폐 거래액은 31조원, 주간 거래소 방문자는 580만 명에 이른다. 국내 투자자의 국내외 주식 거래액을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이모씨(36)는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등 박탈감이 커지면서 암호화폐에 발을 디디는 또래가 많아졌다”며 “하지만 올 3월 이후 시장에 뛰어든 친구들은 대부분 큰 폭의 마이너스 수익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제조업체 직원 김모씨(38)는 “암호화폐 시장은 밤낮없이 돌아가고 변동 폭도 커서 카지노 같다”며 “주식투자와는 비교하기 힘들 만큼 재미있어 직장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암호화폐 가격이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2030세대 차입금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암호화폐 변동성 확대로 빚어진 청년층의 금융사고가 금융회사 부실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의 선행 지표로 통하는 국고채 금리도 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103%로 올해 1월 4일(연 0.954%)과 비교하면 0.149%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뛰는 만큼 대출금리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 여당이 청년층 대출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7월부터 청년층에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암호화폐는 내재가치보다 가격 상승 기대에 의존해 가격이 뛰었다”며 “시장금리가 올라가면서 가격 상승 기대가 꺾이면 2017~2018년처럼 암호화폐 가치가 급락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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