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의식주의 한 축인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주택 임대료는 8월에 0.3% 증가해 4개월 연속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집값 상승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며 실거주자들의 거주 안정성을 해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CNBC 보도에 따르면 주택 구입 설문조사 결과 세입자의 절반에 가까운 48%가 평생 집을 사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지난 6월 전국 주택가격지수 역시 1년 전보다 무려 18.6% 상승해 1987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심지어 현재 미국 집값은 과거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6년보다도 40% 이상 오른 상태입니다.
이처럼 미국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탓이 큽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재택근무가 상시화되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대폭 늘어나며 집 구매에 대한 관심 또한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인데요. 특히 최근 1년 새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며 집 공급 부족 사태가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산 직후에 급락했던 부동산 가격이 최근 회복세에 들어가며 반대매매 추세가 강화되는 분위기입니다. 또 제로금리 시대를 맞아 모기지 대출이 용이하고 금리가 낮은 점 역시 이러한 주택 수요 확대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결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 3년간 주택 공급을 10만가구가량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집값이 잡힐지는 미지수입니다.
집과 더불어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자동차 품귀 현상 역시 눈에 띕니다.
한국과 달리 자동차가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중요성이 큰 미국에서 자동차 재고 수급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굉장힌 유의미한 신호입니다. 특히 중고 거래가 빈번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공급 부족이 불러일으키는 나비효과는 꽤 파급력이 큰 편입니다. 자동차 부족의 제1원인은 슈퍼사이클이라 불리는 반도체 수급 문제로부터 기인하는데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산업이 더 이상 전통적 제조업 분야가 아니라 최첨단 신기술 경쟁의 장이 됐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주행 편의, 안전, 친환경 등 자동차에 기대하고 요구하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을 만들기 위해 최근 들어 자동차 내 반도체 사용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자동차뿐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는 것인데요. 즉 폭발적인 반도체 수요의 증가는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이어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자동차 생산 일정에 차질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한 개의 부품이라도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완성할 수 없는 자동차 생산 특성상 반도체 부품 하나만 수급에 문제가 생겨도 차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규 자동차 생산이 더뎌지면서 신차의 가격이 최근 들어 급등하고 있는데요. 이는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일상생활에 복귀하고 오프라인 업무에 되돌아가려는 수요의 증가와 맞물려 더욱 심각한 공급 부족 문제를 야기시킨 상태입니다.
인기 있는 차종의 경우 신규 차량을 인수하기 위해 권장소비자가격보다 1만달러 이상 웃돈을 얹어줘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현재 미국 내에서 신차 구입 상황은 여의치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매도인 우세장에서는 매도인이 갑이 되고 매수 희망자가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니 차를 주문하고 몇 달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고 이에 지친 사람들이 대안을 찾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대차·기아는 이러한 재고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8월 미국에서 5만6200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5만8000여 대를 판매한 작년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전년 대비 3.7% 감소하는 데 그쳐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판매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이유가 바로 재고 부족으로 인한 차량 공급 지연이 현재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집과 자동차 산업의 재고 부족 문제가 심각해 보이지만 실제 미국 시장 전반적으로 재고 부족 문제는 일상화된 문제입니다. 우선 1년여 만에 학교 개학을 앞두고 대형마트 등 매장에서는 문구류 관련 물품이 완전히 동이 난 상태입니다. 공책, 펜, 각종 필기류 등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가게 곳곳이 텅텅 빈 상태로 며칠째 운영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생필품인 휴지, 물티슈, 식자재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재고 부족 문제가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면서 향후 이러한 재고 부족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8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1년 만에 연간 최대 폭으로 상승하며 기록을 세웠습니다. 지난 10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PPI는 전년 동기 대비 8.3% 상승했는데, 미국 금융권 관계자는 "공급망 병목 현상이 올해 더 심각하고 오래 지속되고 있으며 노동력 부족 현상이 생산에 차질을 낳고 있다"면서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반영돼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반도체 부품뿐 아니라 각종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자재 공급 국가에서 생산 중단 등 공급 차질이 발생하며 원자재 부족으로 인한 공급 재고의 한계가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러한 재고 부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계속 지속된다면 물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가계 부담을 급증시키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역시 이러한 우려와 관련해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지만 미국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이 이제는 한계에 다달았다는 경제학자들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러한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전문가들 역시 적지는 않습니다. 미국 상무부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무역 서비스를 뺀 생산자물가는 0.3% 상승에 그쳐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적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즉 실질적으로 물가 상승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개량해 확인해보면 눈에 보이는 숫자보다는 물가 상승에 대한 위험이 높지 않다는 뜻이죠.
반면 과거의 사례와 현재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지금의 주식시장은 거대한 구름 속에 감춰진 버블일 수 있다는 하락론자들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전무는 "미국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미국 내뿐 아니라 한국 등 글로벌 주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며 "미국 투자자뿐 아니라 국내 주식 투자자들도 이러한 미국 주식의 향방과 재고 부족발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둔다면 투자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습니다.
[추동훈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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