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화에 적응못했다는 분석도
저전력 반도체 니즈에 대응 부족했다는 평가
한때 세계 1위였던 일본 반도체
개인용 컴퓨터로 바뀌는 시장변화에 적응 못해 몰락
최근엔 TSMC, 마이크론 투자 유치하며 부활 노려
삼성전자도 변화 적응하기 위해선 시스템반도체 강화해야
이코노미스트 "이재용, 거침없는 모습 보여야"
표면적인 이유는 PC업체들의 출하량 감소다.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보복) 소비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전원관리칩 등 다른 반도체 칩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인텔의 사업구조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인텔은 컴퓨터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전문으로 만들지만, 전세계 시장에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무선통신기기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인텔이 저전력 반도체에 대한 개발이 미흡했던 것도 애플을 놓친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보고 있다. 인텔이 만드는 CPU는 노트북 혹은 PC에 들어간다. 소비자가 늘 전원을 꽂아두고 사용하는 기기들이다. 그렇다보니 저전력 반도체에 대한 개발 니즈가 적었다.
반면 모바일기기의 CPU 역할을 하는 AP 제조업체들은 저전력 반도체 개발에 집중했다. 배터리만으로 모바일 기기를 유지하려면 반도체의 전력 소모량을 최소한으로 줄여야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18일(현지시간) 자체 설계칩 '애플실리콘'을 탑재한 고성능 노트북 '맥북 프로' 신제품을 공개했다. 애플에 따르면 M1 프로와 M1 맥스는 이미 발표한 'M1'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노트북용 칩 중 가장 강력하면서도 전력 소모는 크게 낮춰 효율성을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로선 인텔 반도체칩으로는 원하는 성능의 제품을 받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반도체 세계 1위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서버용 대형 컴퓨터가 요구하는 고성능 D램을 생산하면서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개인용 컴퓨터(PC)가 보급되면서 D램의 주된 소비처가 대형 컴퓨터에서 PC로 급격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업체들은 개인 소비자가 구입해야하기 때문에 가격을 떨어뜨리고 크기를 줄여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하지만 일본 업체들은 ‘과잉기술·과잉품질’에 몰두하다 세계 시장의 빠른 흐름에 대처하지 못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유럽업체들의 반도체 장비를 과감하게 도입했다. 일본은 모든 장비와 부품의 자국 내 생산을 고집했던 반면 삼성전자는 비교적 가격이 낮고 고품질을 낼 수 있는 장비와 부품을 적절하게 공수해왔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최근 22∼28㎚(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을 일본에 신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TSMC는 2022년 소니의 반도체 공장이 있는 구마모토현에 일본 공장을 짓기 시작해 2024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TSMC 신공장 투자액의 절반인 5000억엔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은 최대 69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일본 히로시마현에 D램 공장을 신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월 14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서울 서초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을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7일 ‘삼성전자, 최첨단 반도체 패권을 노린다(Samsung Electronics wants to dominate cutting-edge chipmaking)’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시점을 ‘매우 중요한 새로운 장(critical new chapter)’이라고 표현했다. 이 부회장이 최근 석방됐고, 승계 과정도 끝났다는 이유에서다.
이 매체는 “이 부회장의 최고 관심 사항은 반도체의 중흥이며 특히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메모리 반도체와 같은 리더십을 확보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부회장은 잘 나서지 않으려 하고 품위가 있으며 통찰력을 지녔다는 걸로 알려져 있으나 이제는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서 거침없는(ruthless) 면모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약세에 대해선 “주가 상승을 위해 회사 분할, 해외 상장 등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며 “풍부한 현금을 활용한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선 과감한 M&A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이 1974년 사재를 보태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업계에 발을 들인 것처럼 다른 경쟁력있는 시스템반도체 업체를 M&A하는게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가장 빠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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