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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가격 동결, 그래도 이익은 쑥쑥…원자재대란 극복 이 회사 비결은 - 매일경제

9년째 제품 가격을 동결해온 오리온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급격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국내에서 10년 만에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1분기 오리온 한국 법인은 전년 동기 대비 10.6% 성장한 219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5.6% 성장한 2조3555억원의 매출을 올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0.85% 감소했지만 세계 인플레이션 위기 속에도 큰 흔들림은 없었다.

앞서 2020년 오리온은 영업이익 3761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국내 식품업계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대부분 5% 안팎에 불과하지만 오리온은 같은 해 영업이익률 16.9%를 기록했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2014년 취임 직후부터 힘 있게 추진해온 사업 효율화와 내실 있는 '착한 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각종 가격 상승 요인에도 9년째 제품 가격을 동결한 데 대해 허 부회장은 "그간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버틸 힘이 생긴 것일 뿐"이라며 "가격 인상은 가장 쉬운 위기 대처법이지만 반드시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기업은 늘 소비자에게 최고의 후생을 제공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최근의 상황은 설탕, 밀가루, 식용유 등 많이 쓰는 원부재료 가격이 한 번에 최대 70~80%씩 오르는 비상 상황으로, 유사 이래 이렇게까지 가격이 급등한 적은 없었다.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각종 원부재료비, 에너지·물류비용의 급격한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품목별 시장 경쟁 상황과 원가 비중 등을 고려해 하반기 중 일부 품목은 가격 인상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리온은 업계 최고 영업이익률로 화제가 되고 있지만 허 부회장은 "오리온의 목표는 영업이익 자체를 극대화하는 것이지 이익률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며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사업의 본질인 제품에 집중하다 보니 이익률이 올라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 식품기업의 이익률은 평균 15% 수준이고 그게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허 부회장은 취임 후 '소비자에게 맛 좋고 품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경영철학을 앞세워 불필요한 비용을 해마다 수백억 원씩 줄여나갔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히 접고 철저히 객관적 수치를 기준으로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1+1' 같은 묶음 할인행사도 없애 판촉비를 최소화했다. 국내외 법인 단위로 따로따로 구매했던 원부재료를 전 법인이 통합 구매하도록 일원화한 것도 허 부회장이 꺼낸 카드다. 이를 위해 생산본부에 글로벌 전략구매팀을 만들었다. 커진 구매력 덕에 가격 협상력이 생기면서 원가를 절감했다.

허 부회장은 특히 효율적인 재고 관리에 힘썼다.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데이터로 실제 매장에서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상품 수를 사실상 실시간으로 파악해 생산에 반영했다. 허 부회장은 "당시만 해도 오리온을 비롯한 대부분의 식품회사가 유통 대리점에 출고되는 제품 수만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집계했다"며 "실적을 올리려 대리점에 물건을 막 밀어넣고 나중에 안 팔려 반품이 들어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 당시 매출액은 지금과 같은 2조원대라고 해도 허수가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오리온의 반품률은 0.5%에 불과하다.

아낀 비용은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규 투자에 썼다. 포장재 부피와 잉크를 줄인 비용을 가격 동결과 제품 증량에 사용해 오히려 가격 인하 효과를 낸 '착한 포장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취임 첫해에 수년간 동결했던 임직원 급여도 7~8%씩 올렸다.

허 부회장은 오리온의 미래 먹거리로 간편대용식, 바이오, 음료(물) 등 3가지 신사업을 제시했다. 첫 신규 사업으로 2018년 간편대용식 브랜드 '마켓오 네이처'를 선보여 국내에선 처음으로 100% 그래놀라로 만든 시리얼 '오!그래놀라' 등을 내놨다. 그는 "오리온은 빙과류도 만들고 있지 않고 최근 뜨는 '가정간편식(HMR)' 같은 습식(냉장·냉동음식)에선 차별점을 가져가기 어렵다고 판단해 과감히 건식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간편대용식 매출은 전년 대비 43% 성장해 흑자로 전환했다.

일각에서는 오리온의 음료 사업이 생각보다 부진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허 부회장은 '닥터유 제주용암수' 사업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몸에 좋은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는 물로 장기적으로 보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주용암수의 국내외 매출액은 2020년 52억원에서 지난해 153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초에는 건강기능식품인 '닥터유 면역수'를 출시했다. 허 부회장은 "향후에는 제주용암수에서 추출한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 미네랄 성분을 일반 물에 타 먹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하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오 사업은 공동 투자 형태로 국내 기업이 개발한 바이오의약품의 중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초코파이로 일찍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 오리온으로서는 성장 가능성이 큰 바이오 기업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중국 국영기업인 산둥루캉의약과 중국 내 합작회사를 설립했고, 이어 11월 중국 산둥성에 진단키트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허 부회장은 "대장암 진단키트(지노믹트리)부터 중국 내 판매 인허가를 받는 게 목표"라며 "연내 산둥성에 결핵 백신(큐라티스) 공장도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옥수수 대신 밀로"…창의적 R&D 통해 꼬북칩신화 만들어

오리온이 2017년 처음 시장에 선보인 네 겹 콘스낵 '꼬북칩'은 오리온 최고의 히트작 '초코파이'의 대를 잇는 오리온의 대표 효자 상품이다. 홑겹의 스낵 2~3개를 한 번에 먹는 듯한 독특한 식감과 풍부한 맛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꼬북칩 콘스프맛은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봉을 기록했고, 2020년 출시된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은 초기 진열과 동시에 완판되는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또 한 번의 큰 흥행을 이끌었다.

이 같은 꼬북칩의 2연타 히트는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강조한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했다. 꼬북칩 출시 후 오리온 글로벌연구소는 기본 콘스낵에 시즈닝을 바꾼 스윗시나몬맛 등 차기작을 내놨다. 하지만 콘스프맛을 능가하는 신제품은 없었다. 그때 허 부회장은 스낵 개발팀에 "연구개발(R&D)은 고정관념에 매달려선 안 된다. 꼬북칩을 콘스낵으로 출시했다고 해서 왜 우리가 옥수수만 써야 하느냐"며 "소재도 바꿔 보라"고 주문했다. 결국 꼬북칩의 주재료를 옥수수에서 밀가루로 바꾼 것이 '신의 한 수'가 돼 초코츄러스맛 출시로 이어졌다. 출시 후 지난 5년간 꼬북칩의 누적 판매액은 3300억원에 달한다.

R&D에 대한 허 부회장의 철학은 확고하다. 자유롭게 뭐든지 도전할 수 있어야 하고 분야 간 장벽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것. 허 부회장은 "초코파이는 초콜릿과 파이의 결합으로 탄생한 제품이다. 초콜릿 개발자는 초콜릿만, 파이 개발자는 파이만 생각하는 구조로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허 부회장은 취임 후 이전까지 제각각 운영되다시피 했던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법인들을 글로벌 본부 역할의 한국 법인을 필두로 통합하면서 2017년 한국의 연구소를 '오리온 글로벌연구소'로 바꿨다. 국내외 R&D 역량을 통합하고 각 법인이 제품 개발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만든 것이다. 또 연구전문직 신설에 따른 '연구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등 R&D 기능을 강화했다.

▶▶ 허인철 부회장은…

1986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삼성그룹에 입사해 재무를 담당했다. 이후 신세계로 옮겨 신세계 월마트코리아 인수(2006년), 신세계와 이마트의 인적분할(2011년), 센트럴시티 인수(2012년) 등을 진두지휘하면서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렸다. 신세계 경영지원실장(사장), 이마트 대표(사장) 등을 역임했다. 오리온에는 2014년 부회장으로 부임해 2017년부터는 오리온홀딩스 대표(부회장)까지 맡고 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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