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아이폰 공정과는 달리 에어팟 생산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생산라인을 옮기기 쉽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애플의 이번 시도가 무선이어폰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전부 빼는 것은 아니라는 소식도 덧붙였습니다.이에 앞서 지난 18일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미국을 방문해 애플, 구글, 인텔 등 최고경영자(CEO)와 잇달아 회담했습니다. 팜민찐 총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캠퍼스에 직접 방문해 팀쿡 애플 CEO와 회동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팜민찐 총리는 "베트남 정부는 미국 첨단기술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더 많이 선보이겠다. 미국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최상의 조건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죠. 팀 쿡 애플 CEO는 "애플이 베트남 기업들이 만든 부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화답했습니다.
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행사를 준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입니다. 한 나라의 외교수장과 글로벌 대기업 CEO가 만날 때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스토리가 숨어 있습니다. 거물끼리 만나는데 아무 성과가 없는 사례는 드뭅니다. 사전에 실무진끼리 수십, 수백 차례에 걸쳐 의견을 조율하며 미팅 의제를 잡기 때문이죠(예외적인 케이스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정도가 떠오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본인의 개인기를 십분 살려 철저히 '톱타운(Top-Down) 방식'으로 미팅을 끌고 갔기 때문에 둘은 백지에서 만나 빈손으로 헤어질 수 있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회담은 실무진 선에서 조율되다 드롭됐을 것입니다).
실무진이 세세한 회담 주제를 심도 있게 검토해 수장들이 미소를 띠고 악수하며 사인만 하는 단계에 들어서게 되면 드디어 회담이 이뤄집니다. 이번 팜민찐 총리와 팀 쿡 CEO의 만남도 당연히 이 같은 단계를 밟았을 것입니다. 팜민찐 총리는 예정된대로 "미국 하이테크 기업 투자를 유치하고 싶다"고 운을 뗐고, 팀 쿡 CEO는 "애플이 '메이드 인 베트남' 부품을 더 많이 쓰겠다"고 립서비스를 한 것입니다.
베트남에는 폭스콘, 페가트론을 비롯한 애플의 협력업체가 투자한 31개의 공장이 이미 있습니다. 여기서 만든 일자리 수만 16만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애플의 완성 제품을 만든 사례는 없었지만 이번 회동을 통해 첫발을 뗄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팜민찐 총리는 사실 베트남 공안 출신입니다. 베트남의 공권력은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합니다. 그는 이 공안 조직의 수장급이었습니다. 어딜 가든 대접을 받았을 것이고, 남 앞에서 부탁하는 말을 해본 경험이 공직 생활 내내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팜민찐 총리가 미국으로 날아가 애플 본사에 가서 '베트남에 애플 공장을 지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금 글로벌 경제 질서는 미국과 중국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결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얼마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둘러보고 간 것 처럼, 대결의 본질은 하이테크 전쟁입니다.
팜민찐 총리의 애플 방문으로 얻어냈을지 모르는 애플 에어팟 생산라인의 베트남 이동은 그것 자체로 보면 미미합니다. 에어팟이 애플이 만들어내는 제품군 중 아주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긴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방향성만큼은 중요합니다.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으로 양분되는 글로벌 경제 질서하에서 확실하게 미국 편에 서겠다는 신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철학하에서 총리가 애플 공장을 방문해 생산라인 이전을 부탁하고 가는 '액션'을 보여준 것입니다. 베트남의 도약을 위해서는 애플, 구글, 인텔,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과의 '경제 동맹'이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요.'공안 출신' 팜민찐 총리의 실용 행보를 보면 베트남이란 나라의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행보에도 더욱 관심이 쏠립니다.
[홍장원 기자(하노이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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