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격 폭등기에 천대받던 개인형 연금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영끌투자(최대 한도까지 대출받아 고가주택 매입)'와 테슬라·비트코인 '올인투자(한 종목에 전액 투입)'가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주던 시기에는 개인형 연금이 이 같은 투자를 저해하는 걸림돌로 취급받았다. 연금의 특성상 납입해둔 돈을 빼내 다른 곳에 투자하려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연금에서는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가 제한되는 탓이다.
하지만 자산시장이 침체에 빠진 지금은 세액공제만으로 연간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안정적·고수익 투자처로 각광받는 양상이다. 개인형 연금은 기본적으로 세액공제를 통해 13.2~16.5%의 수익률을 제공하며, 이렇게 납입한 연금으로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해 추가 수익까지 누릴 수 있다. 자금 운용 방식은 개인이 정한다.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수익률 극대화를 노릴 수도 있지만, 안정적 투자를 원한다면 금리 인상기를 맞아 3% 안팎의 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에 투자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이런 경우 세액공제와 예·적금 투자 수익을 합쳐 10% 후반대의 실질적인 수익률을 확정적으로 거둘 수 있다. 덕분에 자산시장 침체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개인형 연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형 연금의 일종인 연금저축의 2021년 신규 계약 건수는 약 174만9000건으로 전년도 59만4000건에 비해 무려 194.4%가 폭증했다. 반대로 중도 해지된 연금저축 건수는 27만4000건으로 전년 대비 2.2%가 감소했다. 또 다른 개인형 연금인 개인형 퇴직연금(IRP)도 2021년 말 기준 누적 가입 건수가 476만6000건으로 전년 대비 57만6000건(13.7%) 늘었다. 이 같은 증가폭은 자산가격 폭등이 시작되기 직전이던 2017년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부동산 팀장은 "자산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면 은퇴·노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연금상품에 대한 문의도 늘어난다. 당분간 자산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가능성이 낮은 만큼 연금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인기의 가장 큰 원동력은 연간 납입 700만원까지 제공되는 13.2~16.5%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이다. 근로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납입액 700만원까지 공제가 적용되며,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 등은 개인형 IRP 가입이 제한돼 연금저축을 통해 40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율은 총급여 5500만원(종합소득 4000만원)을 기준으로 소득액이 이를 초과할 경우 13.2%가 적용되며, 기준 이하인 경우 16.5%가 적용된다. 공제 최대 한도인 700만원에 세액공제를 적용해 보면 액수로는 각각 92만4000원, 115만5000원의 공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영끌투자와 올인투자가 많게는 세 자릿수의 수익률을 뽐내던 시절에는 세액공제 혜택이 밋밋해 보였지만, 2%대 예·적금에 뭉칫돈이 몰리는 현재는 괄목할 만한 수치다.
자연스럽게 분산투자가 이뤄지고 시황을 실시간으로 살펴보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도 강점이다. 김학수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연금 특성상 월별로 일정액을 투자하는 덕에 그때마다 투자 펀드가 달라지며 투자 금액이 분산되거나 한 펀드를 계속 매입하더라도 평균 매입단가가 시장 상황에 맞춰 안정화되는 효과가 있다"며 "전문가들이 펀드의 종목 구성을 관리해주는 것도 안정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가입자가 주의해야 할 부분은 만 55세 이후 연금을 수령해야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전에 납입한 돈을 빼내 쓰려면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하거나 세액공제 혜택 일부를 환급해야 하는 등의 제약사항이 있다. 연금저축의 경우 중도 인출은 자유롭지만 혜택을 반납해야 하며, 개인형 IRP는 장기요양·파산·천재지변처럼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중도 인출이 허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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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용 기자 /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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