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민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올 들어 3월까지 물가 상승분을 고려한 봉급쟁이 실질임금은 지난해보다 3.2%(12만2000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명목임금 증가분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30일 생활물가 안정을 중심으로 긴급 민생안정 대책을 내놨다. 관세를 내려 수입 돼지고기 가격을 최대 20% 싸게 공급하기로 했다. 커피원두 원가도 9.1% 내려 소비자가격 인하를 유도한다.
통신부 부담 완화를 위해 6만원 안팎의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를 도입한다.
승용차 개별소비세(개소세) 30% 인하는 연말까지 연장한다.
1가구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도 지난해 공시가격 적용 등을 통해 가격 급등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명목임금 27.3만원↑ vs 실질임금 12.2만원↑
◇명목임금 27.3만원↑ vs 실질임금 12.2만원↑
이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4월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3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임금총액은 405만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7%(25만6000원) 증가했다. 임시일용근로자는 174만5000원으로 3.0%(5만1000원) 늘었다.
올 들어 3월까지 상용근로자 월평균 임금총액은 408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7.2%(27만3000원) 증가했다. 제조업, 금융·보험업, 전문, 과학·기술서비스업 등에서 전반적으로 성과급이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물가가 치솟으면서 봉급생활자의 지갑은 두툼해지지 않았다. 3월까지 물가수준을 반영한 근로자 월평균 실질임금은 387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3.2%(12만2000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명목임금 증가분의 44.4%에 불과하다.
2월까지는 49.3%로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었으나 한달 새 4.9%포인트(p)나 빠졌다.
실질임금은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눠 백분율로 환산한다. 통계청이 밝힌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였다. 4월은 4.8%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4.8%) 이후 13년6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승세가 더 가팔라져 앞으로 체감 임금 상승이 더욱 둔화할 공산이 크다.
◇긴급 민생대책… 시행령·규칙 개정으로 신속히
정부는 이날 오전 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먹을거리·생계비·주거 등 3대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신속히 추진할 수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먼저 생활·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주요 식료품·자재 등 원가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수입품 원가상승 압력을 완화하고자 할당관세를 확대 적용한다. 최근 가격상승 압력이 높은 식용유·돼지고기·밀가루·계란가공품 등 식품원료 7종에 대해 연말까지 할당관세 0%를 추가 적용하고 할당물량도 확대한다. 한시적으로 일부 품목에 기본 관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수입 돼지고기의 경우 현재 22.5~25%인 관세율을 0%로 내리면 판매자는 가격을 최대 20%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나프타·요소 등 산업 파급효과가 크거나 가격이 오르는 중인 7개 산업 원자재 할당·조정관세는 연말까지 적용·인하하고 적용기간도 연장한다. 이 중 망간메탈·인산이암모늄 등 4개 품목은 연말까지 할당관세 0%를 새로 적용한다.
커피·코코아 원두 수입 때 붙는 부가세는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한다. 원가를 9.1%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김치와 된장, 고추장, 간장 등 밥상물가와 직결되는 병·캔 등 개별포장 가공식료품 부가가치세(10%)도 내년까지 한시 면제한다.
면세농산물 공제 한도도 내년 말까지 10%p 상향해 식품 제조업·외식업계 식재료비 부담을 덜어준다. 아울러 가계 장바구니 부담 완화를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쿠폰(1인당 1만원·최대 20% 할인) 지원도 600억원어치 확대 지급한다.
어업인 면세경유에 대해서도 유가연동 보조금을 준다. ℓ당 1100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 50%를 오는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지급한다. 이를 위해 관련 예산 239억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이런 조치들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p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물가·금리상승 등에 따른 생계비 부담 경감 대책도 내놨다. 우선 올해 2학기 학자금대출 금리를 1학기 수준인 1.7%로 동결한다. 또한 2014년부터 두차례 시행한 학자금 전환대출에서 빠졌던 2010~2012년 고금리 기대출자 9만5000명에 대한 전환대출(3.9~5.8%→2.9%)을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 정부는 연간 36억원의 이자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승용차 개소세 30% 인하 조치(5%→3.5%)도 올해 말까지 6개월 연장한다. 출고가 4000만원 일반승용차의 경우 개소세 등 부대비용이 984만원에서 893만원으로 줄어든다.
통신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통신사를 대상으로는 6만원 안팎의 '5G 중간요금제'를 3분기 중 내놓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중산·서민층 주거 안정을 위해선 1가구1주택 실수요자의 보유세 부담을 가격 급등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환원키로 했다.
재산세는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한다. 6억원 이하 1가구1주택자에 대한 특례세율까지 고려하면 올해 재산세 부담은 2020년보다 낮을 거로 정부는 본다.
종합부동산세는 지난해 공시가격 적용에 현재 10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내려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종부세는 '공시가격-공정시장가액비율-종부세율'로 결정한다. 공시가와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내리면 종부세 대상과 세액은 줄어날 수밖에 없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도 수정·보완한다. 연구용역에 착수해 연내 보완방안을 확정하고 내년 가격 공시분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세 완화를 위해선 이사 등으로 말미암아 일시적 2주택자가 된 경우에 대해 취득세·양도세 중과를 배제한다. 중과 배제 인정 기한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 접근성도 높인다. 생애 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선을 올 3분기부터 60~70%에서 80%로 올려주기로 했다.
청년층 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산정할 때 3분기부터 장래소득 반영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청년·신혼부부에게는 최대 50년간 갚을 수 있는 초장기 모기지 상품을 오는 8월 중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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