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시장은 정말 ‘다사다난’ 했다. 지난해처럼 지구촌 전체를 뒤덮는 충격적인 고물가와 그로 인한 가파른 금리 인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킹달러, 각국의 부동산 경기하강 등 뜻밖의 일들로 넘쳤던 해도 드물었다. 그렇다면 새해 금융시장은 어떨까. ‘우여곡절’이란 단어를 화두로 꼽고 싶다. 사전적으로는 ‘여러 가지가 뒤얽혀 복잡해진 사정'이란 뜻이다. 이 말은 보통 좋은 결과를 내포한다. 요컨대 새해 주식시장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새로운 강세장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세계증시를 짓눌렀던 인플레이션이 올해 잡히고, 금리 인상이 멈춘다면 증시는 분명 돌아설 명분이 있다. 하지만 물가안정과 더불어 경기침체가 본격 도래한다면 증시는 금리와의 전쟁을 뒤로한 채 이제 경기와의 전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이는 증시가 경기후퇴라는 악재를 이겨내야만 비로소 새로운 강세장을 맞이할 수 있음을 뜻한다. 증시가 맞서야 하는 경기의 본질은 침체와 회복, 그 어느 한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기에 대한 실망과 공포가 주가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또 그 불확실성이 얼마나 해소되고 있는지, 변화의 개념이 주가에는 훨씬 더 중요하다. 다행히 경기침체의 강도를 추적할 수 있는 훌륭한 지표가 하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은 일관된 관계를 보여왔다. 만약 이 패턴대로라면 향후 약세장이 끝나고 강세장이 시작되는 변곡점에서 채권 장기금리는 올라갈 것이다. 그것도 주가에 살짝 선행해서 말이다. 향후 증시는 3단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첫 단계는 경기가 주가를 끌고 내려가는 약세장 국면이다. 이때 채권 장기금리는 제법 크게 떨어질 것이다. 그다음은 경기하강 기울기가 둔화하면서 경기침체가 증시에 미치는 부담이 줄어드는 단계다. 이 국면에서는 채권 장기금리도 횡보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기 불황은 지속되지만, 우려보다는 덜 나쁜 단계로서 이때 경제지표 일부는 이전보다 개선된다. 이 국면에서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채권 장기금리가 고개를 들고 다시 오를 것이다. 새해 경기의 기울기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 변할지 알 수 없기에 투자자들은 채권시장을 곁눈질하면서 주식의 매수 강도를 조절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가령 한국 국고채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하락할수록 이에 발맞춰 주식 비중을 늘려가되, 장기금리가 3%를 밑돈다면 주식을 더욱 적극적으로 사는 게 좋겠다. 물론 그때 주식시장의 벨류에이션도 중요하므로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이는 경기침체로 금리가 안정되면서 금리 대비 주식의 매력이 더 높아질 것을 고려한 전략이다. 장기금리 3%를 기준선으로 삼은 것은 향후 2~3년간 장기물가 경로상 이 정도면 올해의 높은 기준금리 아래서 채권시장이 경기침체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3프로TV>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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