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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스마트폰, 구시대 유물로 전락한 3가지 이유…“피처폰 성공에 취해 혁신 방기” - 조선비즈

입력 2021.04.06 06:00

자괴 파괴를 꺼리는 보수주의
소비자 거스르는 특이 모델에만 집착
매각도 여의치 않아 결국 사업 철수
서울 시내 한 매장에 LG전자가 출시한 가로본능폰 ‘윙’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LG전자(066570)가 오는 7월 31일부로 스마트폰 생산·판매를 종료하겠다며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1995년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 지 26년 만이다. TV, 생활가전, 전장 등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미래 준비를 강화하기 위해 스마트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하기로 한 것이다. LG전자 MC(스마트폰)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5조원 규모에 달해 ‘왜 사업을 접지 않느냐’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아온 곳이다.

LG전자는 지난 5일 이사회를 거쳐 사업종료를 공식 발표하면서 "최근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는 양강 체제가 굳어지고 주요 경쟁사들이 보급형 휴대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라며 "LG전자는 대응 미흡으로 성과는 내지 못해 왔다"라고 했다. 삼성전자·애플 두 회사가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고, 중국·대만 등의 스마트폰 업체가 보급형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져가면서 어느 곳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직전인 2009년에만 해도 LG전자는 전 세계적으로 1억2000만대의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을 판매하는 명실상부 글로벌 톱3 휴대폰 제조사였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 개막 이후에는 후발주자로서의 전략 실패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대(2020년 말 기준)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한때 전성기를 이어가던 LG전자 휴대폰이 구시대의 유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① 피처폰의 성공, 스마트폰의 저주로

"LG전자는 피처폰의 성공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전체 휴대전화 시장이 이동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시장의 이동 그 자체를 애써 부정하려고 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LG전자 스마트폰 실패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똑같이 스마트폰으로의 이동이 늦었던 삼성전자(005930)가 애플 아이폰의 ‘카피캣(모방 제품)’이라는 조롱까지 받아 가며 스마트폰 시장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던 반면 LG전자는 자신의 성공 등식, 성공 모델을 스스로 부정하고 파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LG전자가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조언에 따라 아이폰을 ‘찻잔 속 태풍’으로 평가절하하며 허송세월한 것도 피처폰 사업부서가 현 지위를 이어나가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었다고 위 교수는 평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도 "삼성전자의 경우 시장이 불확실할 때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던 반면 LG전자는 적극성이 떨어져 노키아, 블랙베리, 모토로라처럼 실기(失期)한 것"이라면서 "다른 회사 같으면 조 단위 적자를 내는 사업을 일찌감치 구조조정 했겠지만, 모바일 기술이 가전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 LG디스플레이(034220), LG유플러스(032640)등 계열사와의 이해관계 등 때문에 의사결정이 많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② 모듈형·듀얼스크린…특이모델 목매다 소비자 외면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LG전자는 2010년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으나 애플·삼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었고, 이후 경쟁사인 구글을 의식한 나머지 안드로이드(운영체제) 대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를 택하며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게 됐다"고 했다.

2013년 삼성의 갤럭시S 시리즈 대항마로 출시된 G시리즈로 재기를 노리기도 했으나 2016년 실험적으로 출시한 모듈형 스마트폰 G5로 회복할 수 없는 현재 입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듀얼 스크린을 앞세운 최신작 V50 씽큐, LG 윙 등의 시험적 모델도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반전을 꾀할 카드로 개발해 온 롤러블(화면이 돌돌 말리는)폰도 ‘몸값 띄우기’용이었을 뿐 시장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③ 출구전략마저 실패…"눈독 들이는 기업도 없었다"

그래픽=김란희
LG전자는 이사회를 거쳐 MC(스마트폰)사업본부 사업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지난 1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방향성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사업부 매각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실제론 사업 종료(철수)로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매각이 여의치 않아서 사업 철수로 선회했다는 의견과 처음부터 매각보다는 구조조정 예고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기업 매각은 중개 기업이 1~2개 후보자를 우선순위로 골라 인수를 제안하고, 성사되지 않았을 때 3~5개 다음 후보자에게, 추후 좀 더 많은 후보자에게 알리게 되는 수순을 밟는다"라면서 "LG전자의 경우 물밑 과정에서 이런 절차를 모두 거쳤으나 사겠다는 기업이 없어 1월에 마치 경매처럼 사업 매각(종료)을 공식화했던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IB 업계에서는 베트남 빈그룹, 구글, 폭스바겐 등 복수의 유력 기업들이 LG전자 인수를 저울질 중이라는 전언이 나왔었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실제 깊이 협상을 진행한 기업은 빈그룹 정도이며, 공개 매각 이후에는 중국 기업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등 성과가 변변치 않았다"라고 말했다.

LG전자를 사겠다고 진지하게 나서는 기업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행보는 MC사업본부 직원, 하청업체, 주주들에게 적자 사업을 정리할 것이란 신호를 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공개 매각의 경우 여러 후보자에게 매물로 나왔음을 알린다는 것도 있지만,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할 것이라는 방향성을 공표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월 20일 권 사장이 MC사업본부 매각 및 철수 가능성을 공식화한 이후 14만원대이던 LG전자 주가는 18만원대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LG전자 측은 "MC사업본부 매각과 사업 철수의 인과 관계는 없다"라면서 "보급형 중심의 제조자개발생산(ODM) 운영, 사업부문 매각, 사업철수 세 가지를 면밀히 검토했으며, 사업적 측면에서 사업철수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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