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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창구 갔더니…"대기시간 1시간", 무슨일? - 매일경제

은행의 창구 직원 부족과 영업시간 단축으로 일부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평일 낮 성북구 모 시중은행 영업점을 찾은 고객 수십 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유신 기자]
사진설명은행의 창구 직원 부족과 영업시간 단축으로 일부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평일 낮 성북구 모 시중은행 영업점을 찾은 고객 수십 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유신 기자]
"간단한 은행 업무를 보는 데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니 기가 찹니다."

최근 평일 점심 시간, 서울 성북구 주거밀집지역에 위치한 A은행 영업점은 순번을 기다리는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영업점 내 대기 의자에는 고객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고, 자리를 찾지 못한 고객은 빈 공간에 서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대기표를 뽑고 순번을 기다리는 인원수는 30명인데 개인고객 응대 창구 4개 중 2개만 가동 중이었다. 직원 한 명은 휴가 중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점심 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한 고객은 "사람이 이렇게 기다리는데, 다른 직원이라도 와서 창구를 더 운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다.

최근 시중은행 일부 영업점에서 창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고 휴가철이 겹치면서 응대 직원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지만 은행들이 여전히 단축 영업을 고집하는 것도 고객 불편을 키우는 요인이다. 비대면 채널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은행 영업점을 찾는 고객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일부 영업점은 여전히 내방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은행들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영업점을 급격히 줄였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 점포 수는 6094곳으로 전년 대비 311곳 줄었다. 5년 전과 대비하면 1000곳 이상 줄어든 셈이다.

이처럼 점포 폐쇄가 가속화되는 반면 고령층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의 은행 점포는 오히려 고객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70대 이상 고령층의 모바일뱅킹 이용 비율은 8.9%에 불과하다. 또 고령층 중 절반 이상(53.8%)은 창구를 통한 현금 인출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이날 영업점을 찾은 한 고령층 고객은 직원에게 5만원권을 1만원권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확진된 직원이 늘어난 것도 영업점이 붐비는 요인 중 하나다. 이날 고객들의 항의를 받은 A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인근 지점 직원 일부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지점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우리 지점으로 고객이 더 몰려 대기 시간이 길어졌다"고 해명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는데도 은행들이 단축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 역시 소비자 불만 요인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 은행 점포 영업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은행 영업시간은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1시간 단축됐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음에도 은행의 단축 영업은 지속되고 있다. 작년 10월 금융노조가 단체협약에서 방역 지침이 해제되더라도 교섭을 통해서만 영업시간 단축을 조정하도록 한 뒤 정상화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주요 시중은행의 평균 연봉은 1억원이 넘지만 금융노조는 임금 6.1% 인상과 주 35시간 근무를 요구하며 총파업 카드를 들고나왔다. 금융노조는 오는 19일 총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를 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고객 불편을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인력이 부족한 영업점에 본점 직원을 파견 형식으로 보내 지원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비슷한 지역에 위치한 영업점 4~5곳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관리하며 인력이 부족한 지점에 대해 지원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젊은 층과 직장인이 밀집한 도심 내 영업점은 오히려 방문 고객이 많지 않아 은행들의 고심이 깊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A은행 영업점은 내방 고객 없이 썰렁한 분위기였다. 기업창구에서 외환 상담을 받는 고객 한 명이 이 영업점의 유일한 고객이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마다 상황이 워낙 극과 극이어서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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